자본금 확충 어려워지며 양보다 질로 승부수

“우리는 카카오뱅크와 가는 길이 다르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케이뱅크는 고객 수가 아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프라이빗 뱅커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이날 뱅크 에브리웨어(Bank Everywhere)에서 뱅크 온디맨드(Bank On Demand)로 전략 방향을 전환한 ‘케이뱅크 2.0’을 발표하며 고객의 맥락과 니즈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금융소비를 제안할 수 있는 은행으로 나아갈 것을 선언했다.

심 행장은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출범과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편리하게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니즈를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혜택의 대상을 극대화하고 선제적으로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케이뱅크가 출범 6개월 후 양보다 질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유는 카카오뱅크의 독주를 견제한다기 보단 실질적으로 자본금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으로 지난 4월 3일 출범한 케이뱅크는 영업시작 하루 만에 4만명의 고객이 가입했으며 100일만에 고객 수가 40만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신용대출 신청이 급증하자 여신 자산에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지난 7월 대표상품이었던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1금융권으로 나온 인터넷은행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결정이었다.

최근에는 1000억원 규모의 1차 유상증자에서 10%가 넘는 실권주가 발생하며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다행히 한국자산신탁의 모회사인 MDM을 신규 주주사로 영입해 계획했던 1000억원 중 868억원을 납입하고 나머지 132억원은 KT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전환주로 채우며 고비를 넘겼지만, 연말까지 계획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한국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하며 총 자본금 8000억원을 보유해 여유로운 분위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상반된 분위기는 서로 다른 주주 구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증권업을 위주로 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보유해 압도적인 대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카카오, KB국민은행, SGI서울보증이 각각 10%, 우정사업본부, 넷마블, 이베이, 텐센트, 예스24가 각각 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KT는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보험, KG이니시스, 다날이 보유한 10%보다 낮은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금이 부족해도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는 은산분리법 때문에 KT가 지분율을 더 이상 확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설립과 함께 관련 업계와 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외치며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절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은행 지분을 34%까지 허용하면서 5년마다 재심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가 절실한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거나 특례법이 나올경우 케이뱅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를 금융당국에서 앞장서 나서는 것은 KT가 케이뱅크에 행사할 영향력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모양새나 다름없다”며 “은행에서 1000억원의 증자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는 실권주가 발행했다. 자본력이 약한 은행이 무리하게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큰 문제이며 만약에라도 그 위험 부담을 국가가 넘겨받지 않도록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