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발효체험실·시음실 및 양조도구 전시 등 ‘6차산업’ 실천

친환경 프리미엄 막걸리와 청주도 잇달아 발표 총 5종 라인업

▲ 양촌주조장 이동중 대표(뒷모습)가 관람객들에게 발효체험실(반이층 공간) 설명을 하고 있다. 성인 키높이 보다 낮게 대들보가 네개가량 걸려 있는 데 이것이 우리식 건축법이 적용된 부분이다. 바닥에 유리창으로 덧댄 구멍이 예전에 고두밥을 내리던 곳이며 현재는 발효실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이름이 존재를 규정하고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명제는 대체로 사실인 것 같다. 지난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뒤 두 차례 방문했던 논산의 양촌주조장(관련기사 2016년 12월 5일 자 참조)을 최근 다시 찾았다.
  
농림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사업은 농산물 소비 촉진 및 농가 소득 증진 등을 목적으로 ‘6차 산업’ 진흥을 위해 국산 농산물을 이용해 술을 빚는 양조장에게 붙여주는 특별한 명칭이다. 올해 충북 옥천의 이원양조장 등 5곳이 추가 지정되면서 총 30개의 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양촌주조장은 1930년대(건물 상량문 기준, 1931년)에 지어진 몇 안 되는 근대건축물이다. 이 때 지어진 대개의 건축물들이 일본식으로 설계됐지만 양촌주조장 건물은 독특하게 한식과 일식을 결합한 형태로 건축돼 있다. 외부에서 보면 단층 구조이지만,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는 반지하, 반이층의 복층구조로 이뤄져 있다. 반지하 공간에 막걸리의 발효 및 숙성을 위한 공간을 배치하고, 반이층 공간에선 고두밥 등을 냉각시킨 뒤 반지하 공간과 연결된 통로를 이용, 냉각된 고두밥을 전달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양촌주조장 이동중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뒤 양조건물의 반이층 공간을 발효체험전시실로 리모델링해서 관람객들이 반지하 공간의 발효실에서 익어가는 술의 향기를 직접 맡을 수 있고, 술이 익어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도록 ‘6차산업’ 개념에 충실한 구조변경에 나섰다. 이와 함께 안마당 가득 채워고 있던 200~400리터 크기의 술독과 소주를 숙성시키거나 유통시킬 때 사용했던 술춘 등도 가지런히 정리해 과거 양촌주조장의 영화를 느낄 수 있게 했으며, 70년대 양조장에서 직접 술을 판매할 수 없었을 때 별도의 독립된 건물을 지어 술판매장을 운영하도록 했는데, 이 건물도 시음장으로 탈바꿈시켜 관람객들이 우리 술의 양조문화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알차게 채워놓았다. 지난해 취재 때는 양조장의 분주함이 느껴졌다면 최근 취재에서는 이 대표가 채우고 있는 의식을 확인하는 기자의 분주함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개의 양조장들은 두어 가지 정도의 술을 만들어 지역에서 소비하는데 그치지만 양촌은 끊임없이 새로운 술에 도전하며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취재 때 양촌에서 만들고 있던 술은 일반적인 버전인 ‘양촌생막걸리’와 알코올 도수 10도의 양촌생동동주, 그리고 친환경을 주제로 ‘우렁이쌀손막걸리’ 3종이었다. 여기에 주문자상표방식으로 출하되고 있는 월향까지 4종의 술을 내고 있는데, 이 정도면 막걸리를 전문으로 양조하는 술도가로서 웬만큼 모양을 갖춰 술을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논산 양촌주조장은 여느 양조장보다 활발하게 우리 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취재시 맨 왼쪽의 양촌생막걸리와 우렁이쌀손막걸리, 그리고 양촌생동동주 등 3종의 우리술을 생산하고 있었고 지난연말부터 찹쌀을 83% 넣은 프리미엄막걸리인 우렁이쌀드라이와 청주가 추가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우렁이쌀손막걸리의 프리미엄 버전인 ‘드라이’를 생산한데 이어 올 1월에는 ‘우렁이쌀청주’를 출시해 막걸리와 청주, 프리미엄막걸리까지 OEM 제품을 빼고도 총 5종의 술을 내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의 경우, 찹쌀 83%와 멥쌀 17%의 조합으로 술을 빚은 것으로 곡물 자체의 단맛을 극대화시킨 술이다. 따라서 일체의 감미료를 넣지 않았음에도 술은 밸런스 있게 단맛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알코올 도수 14도의 ‘청주’는 달보드레한 맛과 편한 목넘김이 일본식 청주에 전혀 밀리지 않는 균형 잡힌 맛을 내주어, 양촌 96년의 술도가 저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자연스럽게 이동중 대표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음 술은 무엇을 낼 계획이세요.” 최근 오른팔에 기브스를 한 이 대표는 안마당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술춘을 가리킨다. “소주지요.” 양촌의 내일이 기다려지는 또 다른 이유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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