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해외보관기관 있는데도 예탁원 거쳐야… ”

경쟁 없는 독점체제…비용↑서비스↓ 선택권 없어 형평성 논란
대차서비스 안돼 ‘묶인 돈’…해외기관과 비즈니스 확대도 요원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증권사의 외화증권 의무예탁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기자본 확대 및 해외진출로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가 늘어나고 있지만 외화증권을 반드시 예탁결제원을 통해 의무예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에 따른 2차적인 비즈니스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자본시장법 상 은행, 보험사 등 겸영 금융투자업자의 경우 외화증권 예탁이 자율화 돼 있어 보관기관의 선택이 가능하지만 증권사의 경우 예탁원에 의무적으로 집중예탁하도록 돼 있다. 즉 예탁원이 선임한 외국 보관기관에만 예탁이 가능하며 이에 따른 실무도 예탁원을 통해서 이뤄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로부터 위탁받은 외화증권 이외에 금융투자업자의 고유재산까지 집중예탁재산에 포함되는 것은 타 업권과의 형평성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비용부담이나 거래관계의 편의성도 낮다며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증권사의 해외증권 보관금액은 219억달러에서 2016년 288억달러, 2017년 336억달러(10월 30일 기준)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중 투자자분(신탁분 포함) 이외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자기분 외화증권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80억달러 수준이던 증권사의 외화증권 자기분 보관금액은 2016년 120억달러, 올해는 10월 말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은 138억달러를 기록했다. 비중은 각각 37%, 42%, 41%로 40%를 넘나들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데, 예탁원이 계약한 국가나 커스터디언(투자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글로벌 수탁업자)이 한정돼 있어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격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불가능하고, 보관기관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도 직접적인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다 보니 제공받지 못하거나 소통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예탁원을 통한 거래가 더 유용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타 업권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탁원이 모든 시장을 커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가 더 낮은 시장도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증권사가 투자자의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수수료가 조금 더 비싸다고 해도 이를 연계해 추가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면 다른 시장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같은 선택권이 현재는 아예 배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의무예탁이 오히려 증권사들의 해외 비즈니스 성장력을 막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브라질 시장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보관기관 역할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의무예탁으로 인해 예탁원을 거쳐 업무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이다. 불필요한 단계를 하나 더 거치기 때문에 업무효율성은 낮아지는데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

예탁원은 현재 미래에셋브라질을 포함해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HSBC △씨티뱅크를 외국보관기관으로 선임해 36개 국가에 대해 외화증권예탁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증권사의 규모가 작고 기반시설이 부족했던 때는 유관기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증권사의 규모가 커지고 성장해 자체적인 역량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경우 해당 역할을 증권사에 돌려줘야 한다”며 “금융인프라와 관련해 해외 커스터디는 모두 민영화 돼 있어 의무예탁을 하는 경우가 없는데다, 당국이 독려하는 초대형 IB나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기관들과 직접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화증권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만큼 이에 따른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데, 제도에 막혀 이를 활용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화증권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이를 대차 등으로 활용하지 못하는데다, 현지 보관기관들과도 2차적인 비즈니스 관계 형성이 쉽지 않다”며 “예탁원이 몇 년 전부터 대차서비스 도입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아 자본이 묶여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대차서비스 도입 논의가 이뤄졌고 현재도 씨티은행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다만 국내와 달리 해외시장의 경우 담보관리 등의 계약사항이 달라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어 항목별로 개선이 가능한지 논의하다 보니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무예탁을 풀어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예탁원의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증권사의 자금 활용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의무예탁은 법령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탁원에서도 서비스 질 개선 외에 별다른 해결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개선의 키는 금융당국이 쥐고 있지만,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이 아니다보니 현재로선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 몇 차례 건의가 있었지만 양자 간 협의를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기 때문. 증권사의 규모 확대와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당국의 스탠스와는 다소 맞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증가와 분산투자 요건 등으로 해외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예탁원에서도 이 같은 수익원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며 “서비스 질은 향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만 커지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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