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당기순익 늘고, 보험 부문은 감소

농협생‧손보 “체질개선 중 영업활로 못 찾아”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농협금융의 계열사간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실적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의 실적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당기순이익은 72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8.1%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증대는 지난해 단행한 빅배스에 이유가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조선·해운업 등에 잔재한 거액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는 빅배스를 실시했다. 실적 하락의 부담을 먼저 떠안은 리스크관리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나면서 농협금융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계열사 중에서는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크게 기여했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169억원으로 전년동기의 순손실(991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NH투자증권도 전년동기 대비 41.8% 증가한 2821억원의 순이익으로 그룹의 실적 증대에 힘을 보탰다.

농협은행은 올원뱅크 출시 등의 디지털 전략 강화와 직원선택제, 금융주치의 등 고객 중심 영업 전략이 시너지를 이뤄 수익 증대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도 주식수수료 무료 이벤트, 신용융자 금리 인하 등 공격적 신규고객 유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이와 달리 보험 계열사의 실적 감소는 농협금융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5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7%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2.1% 감소한 1687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도 전년동기 대비 0.04%포인트 줄어든 0.22%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37%포인트 준 3.60%를 기록했다.

농협손해보험도 올해 3분기 누적 167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22.7%가 줄었으며 영입이익도 3분기 누적 23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3%가 줄었다.

농협금융 보험계열사의 실적 감소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지적의 대상이었다. 이에 농협생명은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저축성 상품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고, 농협손보의 경우 재해보험의 손해율 상승으로 당기순이익 감소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쟁 생·손보사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올해 3분기 누적순이익은 2조54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9.2% 증가했다. 생보업계에서도 AIA생명 등이 당기순익에서 호조를 보이며 농협생명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의 실적감소는 영업 및 리스크관리 전략이 잘못 설정돼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생명은 리스크관리를 위해 저축성보험을 줄이는 가운데 보장성보험 판매 전략이 실종돼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농협손보도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족쇄가 있는 가운데 보장성보험의 판매도 더딘 상황”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의 은행 및 비은행 부문 전략에 대한 내부 진단이 어긋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금융은 지난 7월 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다른 경쟁 금융그룹보다 앞서 있다는 평을 내리면서 농협은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보험 부문의 실적이 올해 초부터 지속 감소하는 가운데 보험보다 은행의 영업 확대와 내실 다지기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을 내린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내부평가를 원인으로 은행 및 증권 부문의 전략 수립 내용에 비해 보험 부문의 전략은 미흡했다는 평도 나온다. 

다른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농협금융의 보험계열 자회사들의 실적 감소세가 꾸준이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개선에 실패했다”며 “농협금융이 안정된 수익구조를 정착하고 농업인 지원을 늘리려면 보험계열의 고른 성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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