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주 최초 종합금융그룹 도약…연계영업 시너지 기대

유상증자 없이 인수자금 조달…회사채·코코본드 발행 검토
4500억 인수가치 관건, 자금경감 차원 운용·선물 매각 유력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2년간의 지지부진했던 매각절차를 매듭짓고 DGB금융그룹 품에 안겼다.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3월 이후부터 DGB금융 내 자회사로서 첫발을 내딜 전망이다.

이번 인수 결정을 통해 DGB금융은 지방금융그룹으로는 최초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되며, 비은행 강화를 통한 수익다변화가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대기업계열에서 벗어나 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복합점포 개설 등 계열사 간 연계영업을 통한 시너지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DGB금융 박인규 회장 변수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은 합병보다는 투자자금 경감 차원에서 재매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 4500억원에 인수 확정…“유상증자 없이 규제비율 맞춘다”

DGB금융은 8일 이사회를 통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최종 결정하고 오는 9일 현대미포조선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가격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85.32%)과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92.42%)·현대선물(65.22%)을 포함해 4500억원이다.

DGB금융은 유상증자를 제외하고 회사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BIS자기자본비율, 이중레버리지비율, 부채비율 등 당국의 규제비율을 지키는 선에서 회사채 및 코코본드 발행 등 다양한 조달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45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BNK금융지주가 경남은행 인수 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컸던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 4500억원 전액을 외부에서 차입할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30%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면서 시장에서는 1000억원 규모를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출자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지주회사가 자기자본이 아닌 외부차입을 통해 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실장은 “4500억원 전액을 외부에서 차입 시 현재(6월말 기준) 113.9%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0.4%로 당국 권고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며 “1000억원 규모를 신종자본증권으로 발행할 경우 125.5% 수준으로 낮아지는 만큼 규제비율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조달방안이 이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실제 1000억원 규모의 코코보드 발행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코코본드는 발행전액이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부채비율 및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줄일 수 있고 BIS자기자본비율은 높일 수 있어 유상증자에 이은 자금조달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차입금 성격이 강하고 조달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인수 후 하이투자증권이 4500억원 규모만큼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 4500억원 규모 인수가치 관건…자회사 매각설 ‘솔솔’

이번 딜은 DGB금융의 출자여력 상 종합금융사 도약을 위한 적절한 규모의 M&A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경유·선박펀드 및 대우조선 회사채 손실 등으로 지난해와 올해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이 좋지 못했던 데다 업계 중위권 중소형사로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 이익기여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DGB금융의 사업다각화와 계열사 연계영업 시너지 등은 기대되지만 하이투자증권의 업권 내 경쟁적 지위가 견고하지 않고, 영남권에 편중된 사업기반, 증권업의 경쟁심화, 대형사 위주의 정부정책 등으로 내년 이후 가시적인 실적개선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어 지주에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의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DGB금융은 매각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3월까지 자회사의 매각 및 합병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매각과 관련해 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존 DGB자산운용이 있다 보니 내부에서는 합병보다는 매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며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투자자금 경감 차원에서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의 2분기 말 순자산가치 대비 인수가는 0.77배 수준으로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을 재매각할 경우 인수가는 더 낮아진다”며 “두 회사를 장부가(488억원, 306억원)로만 재매각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인수가는 800억원 낮아져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처럼 인수 후 염가매수 차익이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DGB금융의 손자회사로 편입될 하이자산운용은 운용자산규모(11조3600억원)로는 업계 21위권(11월 6일 기준) 수준으로 DGB자산운용(9조9400억원)보다 상위에 랭크돼 있으며, 최근 3개년 간 ROE가 14%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 박인규 회장 대주주 적격 논란…자회사 편입엔 문제 없어

DGB금융 박인규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따른 경찰수사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인수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지만, 금융지주회사법 상 자회사의 편입 승인 요건에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아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 김태진 금융그룹감독팀장은 “(박인규 회장)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자회사편입승인 요건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요건이 다르다”며 “심사 과정에서 수사관련 내용을 포함해 따져보겠지만, 법규상 승인요건에 구체화 되지 않은 만큼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IPO(기업공개), 회사채 발행, 인수주선 등 CIB(기업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고 BWB(은행+증권) 형태의 복합점포 개설로 영업력을 극대화 할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를 통한 증권 연계상품 판매 및 서비스 강화 등 시너지 확대로 기존 강점인 IB부문 뿐만 아니라 리테일, PI부문에도 경쟁력을 지닌 증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은 총자산 5조원, 자기자본 7000억원의 업계 16위권 회사로, 수도권과 경남권 중심 영업네트워크 및 고객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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