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노조 성명서 통해 강력 비판
코스닥 시장 분리 반대 입장도 표명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한국거래소 노조가 정부의 코스닥 시장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혁신성장과 모험자본 공급 생태계 조성 방안으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꼽으면서 거래소 내부 본부 간 평가 및 보상을 차별화 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거래소 노조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거래소 본부 간 내부평가와 보상을 금융위가 차별하겠다는 건 명백한 월권”이라며 “다른 본부보다 인센티브 더 줄테니 함량미달 기업을 더 많이 상장시키고 코스피로 이전하려는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라는 뜻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2일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공동으로 내놓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의 코스닥 정책이 박근혜 정권 당시 ‘코스닥 분리’를 ‘독립성 강화’로만 바꾼 재탕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혁신 방안에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가증권시장과의 경쟁 촉진 차원에서 거래소의 본부별(코스피·코스닥·파생본부) 별도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성과급 지급률 상향 등을 통해 우수인력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안이 담겨있다.

노조는 이것이 성과연봉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이번 방안에서 거래소나 개인투자자에 대한 의견수렴이 배제됐고, 코스닥 독립성 강화 방안도 코스닥을 분리하기 위한 전조”라며 “시장구조 개선 문제를 거래소 조직분리로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고 있으며, 코스닥 분리를 위한 지주사 개편이 이뤄지지 않자 거래소 직원들을 유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험자본이 순환되지 않은 문제는 코스닥 시장(회수시장)의 비활성화 때문이 아니라 투자 기업이 마땅치 않은데 무턱대고 자금만 먼저 모은 탓”이라며 “회수시장만 탓할 게 아니라 정책금융 규모가 적정한지, 공공·금융기관의 팔을 비틀어 조성한 자금이 놀고 있는 것(idle money)은 아닌 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2013년부터 조성한 성장사다리펀드는 6조1000억원 규모를 넘어섰으나 2016년까지 실제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2조7000억원(44%) 수준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추진된 중소기업 벤처펀드들의 상황도 비슷한데, 이는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들을 골라낼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놓으며,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의 추가 조성 계획을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개년 간(2012년 10월~2017년 9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8조9000억원 규모로 직전 5년(4조5000억원) 대비 2배 가량 늘었지만, 지원된 정책자금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노조는 또 코스닥 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은 산업 활성화가 목표인 금융정책과 소비자보호를 지향해야 할 건전성 감독이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기능을 금융위가 독점하면서 생긴 구조적 이해상충에 있다며,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구조를 탈피하고 상장 완화 등 활성화 정책을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대책 역시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노조는 “실물경제를 웃도는 과잉금융은 곧 버블이며 버블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투자자”라며 “수요육성은 상당한 정책 시차가 따른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코스닥 정책은 항상 공급(상장) 위주였고 정권 코드에 따라 공급확대(상장 활성화)와 공급축소(건전성 강화)만 되풀이됐다. 당국 스스로를 개혁하는 것이 혁신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걸음이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