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으로 수익확대·대형화…글로벌 IB 성장 목표

미래·NH·KB·삼성證 초대형IB 인가만…기업 환전 가능
신용공여한도 못 늘리면 기업금융 ‘절름발이’ 우려도…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3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발행어음 업무인가 1호 인가와 관련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해어음 업무를 통해 기업에 모험자금 조달이 가능한 초대형 투자은행(IB) 1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부터 어음발행 업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획득한 5개 증권사에 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 지정 및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의·의결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초대형 IB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를 함께 신청한 4곳의 경우 아직 단기금융업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초대형 IB로 지정, 핵심업무가 허용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박민우 자본시장과장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인가 심사가 종료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나머지 심사가 종료되지 않은 회사 때문에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측면에서 먼저 인가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회사들의 경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환전업무 수행이 가능하며, 심사를 마치면 바로 증선위 및 금융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로서 먼저 첫발을 떼는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은행에서 커버하지 못했거나,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있어 (초대형 IB가) 모험자본의 틈새를 메우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해 성장을 유도하는 등 혁신기업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향후 글로벌 IB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최근 은행권의 어음발행 업무 인가 반대와 관련해서는 “발행어음 업무는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투자대상을 찾고 리스크 감내 역량을 높이는 등의 운용 경쟁”이라며 “은행 대비 코스트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다른 영역의 틈새시장으로 업권 간 충돌이나 이해상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과장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100%를 모두 기업신용공여를 한다고 가정해도 총 23조7000억원 규모로 전체 기업여신 580조원의 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애초에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없는 구조로, 은행이 못하는 곳들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초대형 IB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어음발행업무 준비를 마치고 올해 안에 1조원 규모의 어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어음발행업무를 진행할 종합금융투자실(경영기획총괄 산하)을 신설해 본격적인 준비를 진행해 왔으며, 어음금리·규모·만기 등을 정하는 사내조직인 ‘ALCO(자산부채관리위원회)를 통해 올해 1조원, 내년 4조원 규모의 어음을 발행할 계획이다. 어음발행 규모가 커질 것을 고려해 현재 부서장 포함 수신·기획, 운용 담당 총 12명으로 이루어진 인력도 내년 2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오는 2020년에는 발행어음 조달규모를 8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초대형 IB 첫 주자로서 1년 6개월 내 순차적으로 늘리도록 유예된 기업금융 자산을 초기에 50%를 초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유 사장은 “후발주자보다 약간 앞서는 것으로 큰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기업과 시장에서 초대형 IB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좋은 선례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혁신·중소기업에 모험자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용초기 IPO를 계획하고 있는 성장성, 혁신성이 확보된 회사에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형태로 자금을 집행하는 Pre-IPO투자에 대한 많은 경험과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만큼 초기 성장기업에 대한 평가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우수 VC와의 교류 확대 및 초기 성장기업에 대한 에쿼티·메자닌 투자, 저신용등급 기업 대출 및 회사채투자, M&A 인수금융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동성 문제 등 현 제도 내에서 기업에 충분한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 사장은 “현재 법 한도 내에서는 기업 신용공여 대출을 늘려가는데 한계가 있어 기업금융 자체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공여 한도 확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기업금융 추진이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는 개인과 기업을 합쳐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신용공여가 가능한 것을 기업을 별도로 분리해 자기자본 100%까지 신용공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당국에서는 일단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가 된 사항인 만큼 결과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박민우 과장은 “국회서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인가시기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단, 단기금융업 인가 목적 자체가 기업금융 활성화 수단인 만큼 유예기간 내 조달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자산으로 편입하지 못할 경우 업무 자체를 영위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은행보다 조달 코스트가 높고 자기신용에서 원리금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성과를 내야해 조달 자금을 모두 스타트업이나 서장기업에 투자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늘려나가 자신감을 키우면 계속해서 범위 및 규모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초대형 IB 인가와 관련해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금 공급 기대와 함께 업권간 형평성 문제 등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는데, 이는 경쟁이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가 협력해 시너지를 내야할 공통과제”라며 “초대형 IB는 혁신기업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여타 증권사에 대해서도 인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단기금융업 인가 후 영업실태 및 건전성 현황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 하는 한편, 당초 목적에 맞게 초대형 IB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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