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0%적용 두고 금융위‧교육부 갈등

카드사, 여전법 위반 우려에 시범사업 중단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카드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국공립학교 납입금 자동납부 서비스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서비스의 수수료율이 0%로 책정된 것을 두고 금융위원회가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초중고교 학교납입금 자동납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도 내년 1월부터 해당 서비스의 신규 가입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 11월부터 교육부가 진행하는 ‘초중고교 납입금 자동 납부제’ 시범 서비스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서비스는 국공립 초‧중학교와 일부 고등학교에 재학, 재직 중인 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수업료, 급식비, 현장학습비 등 교육경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납입금 자동납부의 수수료율은 0%로 책정됐다.

한 달여 만에 카드사들이 학교납입금 자동 납부 서비스를 중단하고 나선 이유는 해당 서비스의 수수료율이 0%로 책정된 것을 두고 교육부와 금융위원회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사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국가기관과 직접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국민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특수가맹점인 경우에만 수수료율을 적격비용 이하로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납입금 자동납부 서비스가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공립학교와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적격 비용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특수가맹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학교납입금 자동납부도 적격비용을 산정해 알맞은 수수료율로 책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공립학교의 경우 수수료 차감 대상인 특수가맹점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0%의 수수료율은 과도하게 낮아 여전법에 위반된다는 것.

이에 금융위는 교육부와 여신금융협회 측에 ‘국공립학교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0%로 정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교육비 신용카드 자동 납부를 두고 교육부 측에서 여러 차례 유권해석을 요청해 왔다”며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특수가맹점에 해당해 수수료율 차감을 적용할 수 있지만 해당 서비스는 교육서비스 뿐만 아니라 급식비, 방과후 활동비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어 수수료율 인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0%의 수수료율을 적용할 경우 해당 서비스에서 발생한 비용이 결국 다른 가맹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공공성을 띈다는 이유만으로 0%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갈등에 카드업계는 교육부와 금융위가 수수료율을 정리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학교납입금 자동납부 서비스는 직접적인 수익목적이라기 보다는 해당 자동납부 기간 동안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한 사업”이라며 “금융위가 여전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에 시범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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