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 금융정책 패러다임 전환 영향

지난해 말 실적 집계 후 첫 하락세 기록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2014년 은행권이 실적을 집계한 이후 4년여만의 일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27조7199억원으로 전월 대비 2.58%(3조395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4696건 감소한 29만1486건을 기록했고, 평가액은 1.58% 줄어든 83조9501억원을 나타냈다. 

이러한 감소세는 은행연합회에서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공시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이후 42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14년 7월 기준 1922억원(486건)에 불과했던 기술신용대출은 월별로 쉬지 않고 성장해 왔으며 지난해 11월 최고점(131조1149억원)을 찍고 하락세도 전환했다. 

은행별 차이 없이 고르게 하락한 것도 특징이다. 

기술신용대출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39조7863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3.38%(1조392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도 3.07%(5728억원)이 줄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3.17%(5926억원),
1.84%(2866억원) 하락했다. 

17개 시중은행 중 산업은행, 대구은행, 수협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이 월간 기준 전부 하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술신용대출 잔액 하락의 원인으로 정책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지적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핵심정책인 기술신용대출을 두고 은행권이 더이상 실적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창조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바탕으로 은행권은 2014년 이후 과도한 기술신용대출 양적팽창 경쟁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신용대출 날림 평가와 기준 없는 실적 집계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저해되는 부작용도 속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순위를 매기고 실적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실적을 확대해오다보니 지난 정부에서 기술신용대출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신정부 들어서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이 생산적금융으로 바뀌면서 기술신용대출 실적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지난 정부의 작품이지만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 급격히 줄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이번 기회에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양적 경쟁을 지양하고 내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기술금융은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대출과 투자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담보 중심의 대출에서 벗어나 핀테크 신기술을 보유한 성장 잠재력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정부부터 본격 시행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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