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국내은행이 신흥국 금융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선진국 금융시장의 진출 장벽, 중국 현지법인의 실적 둔화는 국내은행이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은행들이 연이어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철수하는 전략을 펼친 것도 국내은행에는 기회였다. 국내은행은 법인 설립과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 방식을 통해 신흥국에 진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지 진출 국내기업과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은행들은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 전략을 채택하고 빠른 수익 회수를 노리고 있다. 본지는 신먹거리 창출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꿈꾸는 국내은행의 신흥국 시장 진출 현황을 점검해봤다. 

신한은행 베트남 성공 노하우 전파

신한은행은 베트남 금융시장 진출 전략을 다른 신흥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베트남은 총자산 33억달러, 신용카드 회원 24만명, 총 고객 수 90만명, 14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현지법인이다. 올해 상반기 개점 예정인 4개 지점을 포함하면 총 30개 영업점을 보유해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테일 대출 7억달러를 돌파했으며, 고객의 99%가 현지인 고객으로 현지화 영업의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성공을 기반으로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익 극대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2016년 12월 센터라타마내셔널은행 통합을 완료했으며, 현지 60개 지점을 통해 영업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하고 리테일 영업 확장에 주력해 외국계은행 중에서 1위 은행의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멕시코 금융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국내은행에서는 처음으로 멕시코 현지법인 영업인가를 획득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가깝다는 장점과 성장 잠재력,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국계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현지 멕시코 한국기업 및 교포 대상으로 초기 영업기반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현지 소매영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유기적 성장 추구

우리은행은 오는 3월 말까지 약 500여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설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신흥국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우리은행은 2014년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 캄보디아 여신전문금융사 말리스를 인수했다. 2015년 미얀마에는 여신전문금융사를 신설했고, 2016년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를 인수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 신흥국을 글로벌 진출의 핵심거점으로 삼았다. 우리은행은 인수 현지 금융사의 지점을 지속 신설해 대면 거래를 강화했으며 국내의 우량고객 신용대출, 할부금융, 신용카드 등 앞선 금융서비스를 현지화 중이다. 
앞으로도 동남아 자산운용사, 할부금융사를 인수하고 해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유기적 성장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인도영업본부의 법인 전환과 현지 리테일 영업을 추진할 수 있는 중형 여신전문금융사 인수를 완료하고, 멕시코법인을 설립하는 등 신흥국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위비플랫폼’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해 현지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해외 비대면 전담 마케팅 그룹인 ‘글로벌 위비 파이오니어’를 결성해 영업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핀테크 기술 현지 적용 추진

경쟁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민은행도 신흥국 진출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진출해 법인과 영업점을 개점하고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온라인금융서비스 ‘리브KB캄보디아’를 활용해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리브KB캄보디아 모델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개발한 해외 전용 디지털뱅크로 실시간 송금, 해외송금, P2P결제, 모바일 대출신청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현지 1,2위 은행 및 송금전문은행 윌과 제휴로 실시간 송금 네트워크를 캄보디아 전역으로 확장한 리브KB캄보디아는 현재 2만8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서 금리경쟁력에 기반한 SME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추진했으며, 전체 고객의 75%를 현지인으로 확보했다. 최근 1년간 대출금은 77%, 자산은 87%가 늘었다.

국민은행은 미얀마 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진입장벽이 낮고 자금수요가 풍부한 미얀마에서는 2017년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를 설립해 총 4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일반 소액대출을 강화하고 현지 NGO와 협력을 통한 주택자금대출 등 차별화된 비즈 모델로 영업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마이크로·오토 파이낸스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사업 전개를 통해 시장 이해와 사업 역량을 축적하고, 현지 금융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마이크로파이낸스 · IB 틈새공략

KEB하나은행은 동남아시아 비은행 금융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마이크로파이낸스(MFI), 소비자금융, 리스 등 금융시장 우회 진출을 진행해 신규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014년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에 진출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라는 2금융권 영역에 진출한 이유는 미얀마 정부의 현지 은행업 인가가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 진출은 상대적으로 쉽다. 100% 지분으로 설립하면 허가가 나온다. 미얀마는 농업국가로 70~80%가 농민이거나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연 100% 수준의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지만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연 30% 수준으로 서민금융지원에 유용한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IB 진출 전략도 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홍콩과 싱가포르에 IB데스크를 설립하고 멕시코 멕시코시티와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하나은행 IB 담당 직원을 각 1명씩 파견했다. 이들 거점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은 항공기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2020년까지 현재 2조원 규모의 글로벌 IB 자산을 2배 가량 키워 4조원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선진국 대비 성장성 및 수익성이 양호한 아시아 신흥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금융기관에 대한 지분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금융사 인수 및 CSR 지원 활발

기업은행은 현지금융사 인수로 신흥국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아그리스은행 대주주인 DIP(Dian Intan Perkasa)와 조건부 주식매매계약(CSPA)을 체결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중 아그리스은행을 포함한 현지은행 2개 인수를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2개 은행을 통합해 IBK 인도네시아 은행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러한 인수합병 전략은 인도네시아 당국 규제가 양향을 줬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외국 금융사가 현지은행을 2개 이상 인수하고 합병한다는 조건에서만 40%를 초과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규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사무소 운영현황 및 인가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향후 기업은행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지점을 개점하고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2019년 베트남 호치민 및 하노이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극동러시아에 네트워크를 설치해 IBK 아시아금융벨트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신흥국 진출 안정화를 위해 CSR 활동 지원 전략도 세웠다. 기업은행은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현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11년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에 연 2회 60여명의 규모의 자원봉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농협은행 계열사 협업 다각화 초점

농협은행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유사성을 띈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인도,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를 주요 진출국으로 정하고 관련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아직 시중은행 대비 해외진출 수준이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농협금융지주 및 지주 계열사와 협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신흥국 전략은 은행의 지점 설립을 통한 영업과 함께 조인트벤처, 금융사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했다.

우선 인도의 경우 뉴델리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인도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을 경우 현지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인도에 먼저 진출해 있는 범농협 계열사와 손을 잡고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농협 계열사인 농우바이오 벵갈로르 법인과 금융거래를 시작하고, 국내 농협 계열사의 인도 외국환거래도 유치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미얀마에서도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농협은행은 현지 재계 최대그룹인 HTOO그룹과 농기계 할부금융, 종자사업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 그룹은 HTOO그룹 계열사인 AGD뱅크와 농협은행 현지법인인 농협파이낸스 미얀마가 공동으로 농기계 할부금융 서비스를 현지에 제공한다. 또한 자회사인 농우바이오의 현지법인과 HTOO그룹 간 종자서업 협력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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