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가입 후 반년만에 해지하면 설계사 수입
대형 GA 잡아라…사업비 출혈경쟁 ‘점입가경’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반년 만에 보험계약을 해지해도 이득을 볼 수 있는 판매 인센티브 조건으로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의 허위계약을 부추기고 있다.

판매 영향력이 큰 대형 GA를 포섭하고자 과도한 사업비를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비는 고객이 내는 보험료에서 비롯되는데 최종적으로는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3일 대한금융신문 취재 결과 글로벌에셋코리아(GA코리아)와 제휴한 10개 보험사들이 3월 한달간 과도한 시책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책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보험사들은 보험 판매에 따른 판매수수료 외에도 판매 독려 목적의 시책을 설계사에게 추가 지급한다.

GA코리아 소속 설계사들은 월 보험료 10만원의 보험계약을 따내면 최대 50만원의 현금 시책을 받을 수 있다. 각 보험사의 주력 상품을 팔면 추가 시상 명목으로 최대 100만원까지 더 지급된다.

일부 보험사는 보험을 4회차만 유지하면 시책 환수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붙였다. 월 보험료를 다섯 번만 내면 시책은 모두 설계사가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시책 환수기간이 4회차인 보험사는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AIG손해보험 등 4개사다. 메리츠화재도 환수조건이 5회차로 짧은 편에 속한다.

삼성화재는 3회차까지 80%, 4~6회차 50%, 7~13회차 30% 등 시책 환수율을 구간별로 달리했다. DB손해보험도 4회차에 100%, 7회차까지 50%를 환수한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그나마 각각 7회차로 비교적 시책 환수기간이 길었다.

보험업계는 환수기간 4회차를 통상적인 조건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부당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설계사가 허위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보험사가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설계사가 지인 명의로 월 10만원 짜리 보험에 가입하면 50만원의 현금(시책)을 받는다. 5개월만에 해지할 작정이라면 보험료는 시책으로 메울 수 있다. 추가 시상까지 더할 경우 시책만 갖고도 돈이 된다.

판매수수료에서도 부당이득이 발생한다. 판매수수료는 월 보험료의 7배 수준, 5개월만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가정할 때 수수료 환수는 60~70% 선에서 이뤄진다. 단순 계산 시 판매수수료에서만 약 20만~30만원을 챙길 수 있다.

영업현장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5개월 플랜’, ‘8개월 플랜’ 등으로 공공연하게 이야기된다. 보험사가 내건 환수조건에 따른 부당이득 발생 시점을 계산해 서로 공유하는 식이다.

GA코리아에 소속된 설계사는 1만명이 넘는다. 이러한 대형 GA에서 허위계약을 일삼을 경우 상당한 규모의 부당이득이 보험사에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영업실적 확보에 급급한 보험사가 대형 GA를 포섭하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설계사는 “시책이 높고 환수기간이 7개월 이내에 끝난다면 어떤 식으로든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보험사가 대형 GA에 속한 설계사를 종속시키기 위해 일부러 돈을 쥐어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GA가 보험사와 독립된 위치에서 보험 상품을 추천해준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각종 시책을 활용한 손보사의 출혈경쟁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안에 직접 보험사를 대상으로 사업비 집행의 적정성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관계자는 “보험사의 시책 집행 내역은 보험업감독규정에 포함되지 않아 직접 규제가 어렵다”면서도 “추후 검사 일정이 확정되면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비 검사를 진행, 세부적인 집행 내역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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