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공백…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져
기본적 기능인 ‘지급결제’ 쟁점은 검토 안돼

전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금액을 발표하는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우리나라 업비트와 빗썸에서 거래된 일거래 금액은 각각 약 1조2000억원과 9384억원으로 세계 5위와 6위를 기록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함에 따라 관련 규제 공백은 투자자 보호체계의 공백으로 연결돼 거래소 해킹, 거래시스템 중단, 불공정거래행위 등 막대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국회 차원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 요구가 강해지며 지난해 7월 31일 박용진 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어 올해 2월 2일에는 정태옥 의원이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을, 2월 8일 정병국 의원이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에 발의된 3개의 법안을 비교 분석하며 “세 법안 모두 가상화폐가 가진 투자성에 기초한 쟁점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가상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지급결제성’ 부분은 다루고 있지 않다”며 “가상화폐 ‘발행시장’ 규제에 관한 심도 있는 검토와 국제적 쟁점 문제 또한 소홀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 법안을 비교해보면 공통적으로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를 규제영역 안으로 포섭하기 위해 ‘거래업’이라는 정의를 마련하고 있다. 단 정태옥 의원안에서는 ICO(가상통화공개발행)와 관련된 규제수단이 될 수 있는 ‘발행업’에 대한 개념이 없고 ‘가상화폐계좌관리업’과 ‘가상화폐보조업’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영업규제는 크게 설명의무, 가상통화예치금의 별도예치의무, 방문판매 등의 방법에 의한 거래금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 법안 모두 가상통화 거래의 높은 위험성을 고려해 금융투자업의 설명의무와 유사한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데, 특히 정태옥 의원안은 자본시장법의 투자권유 규제에 관한 조문을 준용하는 방식을 취해 광고를 시행령에서 정하는 요건 하에서만 허용하는 등 금융투자업에 준하는 투자권유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반면 박용진·정병국 의원안은 설명의무만을 규정하고 위험고지 내용 중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라는 사실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가상화폐 중개기관의 매매 및 중개방식 중 방문판매법에 따른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등의 방법에 의한 거래도 세 법안 모두 금지하고 있다. 이는 다단계 폰지사기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무분별한 가상화폐 판매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현재 발의된 법안 모두 미국이나 일본 등 가상화폐 규제체계를 정비한 국가와 달리 가상통화거래의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박용진·정병국 의원안은 가상통화의 유형별 시세조종행위 금지규정을 도입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정태옥 의원안은 시세조종을 비롯한 자본시장법상 3대 불공정거래행위인 미공개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모두를 규제영역 안으로 포섭하기 위해 관련 자본시장법을 준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회에서 본격적인 입법을 위해 가상통화와 관련된 세개의 법안이 상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정태옥 의원안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시장교란행위 관련 규정도 준용하고 있어 가상화폐를 준금융투자상품으로 본다면 정태옥 의원안의 접근법이 보다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세 법안은 가상화폐의 투자성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가상화폐의 지급결제성과 관련된 쟁점은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실상 증권의 상장 및 상장폐지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대상 추가 및 제외행위 등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비한 부분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천창민 연구위원은 “일본을 기반으로 한 세계 1위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bitFlyer)나 홍콩 기반의 세계 2위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 모두 홈페이지에 한국어를 제공하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며 “현재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대부분 국제성을 가지고 있어 가상화폐의 국제성에 따른 쟁점을 감안해 자본시장법 제2조의 역외적용처럼 해당 법안을 역외적용할 수 있는지도 명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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