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부터 국제 공조 합의도출
무조건적 규제보다 혁신에 초점 맞춰 추진해야

국제적으로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7월로 예정된 가상통화의 국제 공조안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G20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인정했지만 가상통화 투자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취약하고 탈세와 자금세탁 등 범죄악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통화를 연구하고 국제공조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한 회원국들은 가상통화에 대한 공동 규제안을 서둘러 도입하기엔 여건이 성숙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오는 7월 열리는 재무장관회의에서 G20 차원의 규제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가상통화가 낳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은 가상통화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은 발행과 관리를 담당할 주체가 없고 시스템 상에서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어 발행물량을 재량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가격은 오직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움직이며 결과적으로 송금수단이라는 통화로서의 역할은 제한되고 투기세력이 선호하는 가상의 자산이 되었다.

또 국가의 신용을 바탕으로 결제와 송금이 이뤄지는 법정통화와 달리 중앙은행 등을 경유하지 않고도 국내외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상통화가 가진 구조적 문제가 쉽게 다른 국가로 전이될 수 있고 이를 누가, 어떻게 규제할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각국 정부는 가상통화가 한 국가의 노력이나 감독당국의 대응만으로는 규제가 어려운 점에 동의하고 중앙은행, 재무부, 금융감독당국이 모이는 G20를 기점으로 가상통화 규제 논의에 본격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블록체인 업계는 우려의 시선으로 가상통화와 관련된 일체의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기보다는 가상통화가 가져올 혁신에 초점을 맞춰 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올 혁신은 ‘거래 기록방식’의 변화다. 구매자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통화를 지불하는데 이는 가치 이전을 양측이 승인하는 행위, 바로 ‘거래의 기록’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돼 전세계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정보는 수정이 매우 어려워 거래의 기록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가상통화가 아주 작은 비용으로 지리적 거리를 넘어 기존 법정통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거래의 기록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드라기 총재는 비트코인을 매우 위험한 자산이라고 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유용한 기술이라고 언급했으며, 영란은행의 카니 총재도 비트코인은 실패한 통화로 가치저장수단이나 교환수단이 될 수는 없지만 그 토대가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이범용 연구원은 “각국 규제당국은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도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 같은 상반된 태도는 규제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자금세탁과 같은 불법행위에 가상통화를 이용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쉽게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만큼 FATF가 발표한 지침 등을 토대로 서둘러 국제 공조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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