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금리 조건 맞는 대출상품 2개뿐

기존 상품 금리구간 변경·신상품 개발 예정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을 제외했지만, 카드사가 규제 완화 효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사가 판매하는 중금리 대출 대부분이 최고금리 연 20%를 넘어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금리 대출 요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대출 확보를 위해 중금리 대출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4분기부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상품은 제외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상한선은 전년 말 대비 증가율 7% 이내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은 금리가 낮아도 중금리 대출상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이고 가중평균금리는 16.5% 이하, 신용등급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을 실행한 가계신용대출상품인 경우에만 중금리 대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카드사의 대출상품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카드사는 롯데·삼성·신한·우리·KB국민·비씨카드 총 6곳이다. 그러나 이 중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요건에 맞는 상품은 신한카드의 ‘MF일반대출’과 비씨카드의 ‘가맹점파트너스대출’ 두 개뿐이다.

신한카드의 MF일반대출과 비씨카드의 가맹점파트너스대출의 금리구간은 각각 4.75~19.90%, 7.40~15.90%로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이며, 가중평균금리, 신용등급 요건을 모두 만족한다.

반면 다른 카드사들의 대출상품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를 넘어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을 제외해주더라도 일부 카드사들은 규제 완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규제 완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중금리 대출 가이드라인에 맞는 신상품 출시나 기존 상품의 금리구간 리뉴얼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들은 카드론 금리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금리 대출 상품 취급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중금리 전용 상품을 출시한 곳도 없다”며 “그러나 새롭게 발표된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카드론은 포함됐지만 중금리 대출은 제외된 만큼 새로운 상품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조만간 중금리 상품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중금리 대출 가이드라인에 맞춘 일반신용대출 신상품 개발과 기존 상품의 금리구간 조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중금리 대출을 판매하고 있던 카드사들은 기존 상품 금리구간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중금리 대출상품이 없었던 카드사의 경우 올해 안으로 중금리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많은 대형 카드사의 경우 기존 상품의 금리구간을 모두 바꾸게 되면 큰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반면 규모가 작은 카드사들은 기존 상품을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중금리 대출 가이드라인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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