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보험사,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계약 적용
국내 블록체인 공동시스템 구축되면 효율성 ↑

은행과 증권사를 넘어 보험시장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손해보험회사인 AXA는 지난해 9월 블록체인 암호화폐 체계인 이더리움에 기반한 스마트보험계약인 항공지연보험플랫폼 ‘피지(Fizzy)’를 개발했다.

스마트계약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사건(보험사고)이 발생할 경우 거래 당사자의 추가적인 개입 없이 거래(보험금 지급)가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보험계약에 적용할 여지가 많다.

피지는 보험계약자가 탑승 예정인 항공이 2시간 이상 지연될 경우 별도의 보험금 청구 절차 없이 사전에 합의된 보험금을 보험계약자에게 자동으로 지급하며 이 모든 절차는 이더리움에 기반한 스마트계약으로 이뤄진다.

‘Teambrella’는 이더리움에 기반한 P2P보험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로 계약자들은 언더라이팅부터 보험금 지급심사까지 모든 절차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한다.

동일한 리스크 풀에 있는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미리 납입하지 않고 개별 적립금만 보유하고 있다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투표를 통해 보험금 규모와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새로운 가입자가 리스크 풀에 들어오길 원할 때도 기존 가입자들의 투표를 통해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단 리스크 풀의 규모가 작고 보험사고 규모가 클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교보생명과 생명보험 컨소시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구축∙운영중이다.

교보생명은 본인인증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시스템을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보험금 청구 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두 곳에서 본인인증을 거쳐야 했던 단계를 블록체인을 통해 한 번의 인증으로 청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상계백병원, 삼육서울병원, 수원성빈센트병원 등 3개 병원과 교보생명 직원 계약자 200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며 2020년까지 대상 병원을 6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명보험협회는 국내 생명보험사들과 함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한 보험사 공동 본인인증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현재는 보험회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험회사 별로 본인인증을 따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블록체인 본인인증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번의 본인인증만으로 여러 보험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보험회사들이 향후 블록체인을 이용한 보험금지급시스템을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면 계약자들의 편리성은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망, 재해(후유)장해, 실손의료보험 및 암보험과 같은 정액형 건강보험 등은 보험회사별로 보장내용에 차이가 없는 표준화된 보험이다. 하지만 표준화된 보장임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별로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이 달라 동일한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는 회사가 있는 반면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거나 지급 거절하는 회사도 있다.

보험사 공동 블록체인 보험금지급시스템이 구축되면 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동일한 보장에 가입한 다른 보험회사에도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되고, 보험금도 보험사들이 공동으로 심사해 지급심사기준 차이로 발생하는 민원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특정한 시기에 여러 보험회사에 동일한 보험을 중복가입할 경우 보험사기를 의심할 수 있지만 현재의 보험계약 시스템에서는 실시간 조회가 어려워 보험사기 의심계약을 조기에 차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한 보험가입 및 보험금 청구 정보망이 구축되면 실시간으로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계약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원은 “국내에 발표된 블록체인을 이용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청구 간소화 시스템(교보생명)과 본인인증시스템(생명보험 컨소시엄)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며 “국내 개인보험시장에서 블록체인 적용이 활성화되면 보험금 청구 및 보험금지급 심사를 위한 보험회사 공동망 운영과 블록체인 보험계약 조회시스템을 통해 보험회사의 효율성 및 신뢰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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