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규제 없어 자전거래 대행업체까지 출현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내부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던 '자전거래'가 검찰 및 내부 관계자에 의해 발각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거래소는 자전거래를 대행해주는 업체까지 알선해 시세 및 거래량 조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래는 주식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동일 투자자가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직접 거래에 참여해 매도 및 매수 주문을 내는 것이다. 증권 시장에서는 자전거래와 같은 내부자 거래, 시세 조종, 시장질서 교란 등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관련 법이 미비해 자전거래 자체가 불법이 아니며 시세조작으로 각종 사기행위를 한다고 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

최근 국내 상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잇달아 거래 조작 의혹에 휩싸이며 자전거래가 만연한 거래소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2월 18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업비트의 이사회 의장과 재무이사, 퀀트 팀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별도의 회원 계정을 개설한 뒤 약 1221억원 상당의 가상화폐와 원화를 허위로 입고한 후 직접 거래의 주체가 돼 해당 코인의 시세를 높였고 이 과정에서 회원 약 2만6000여명에게 약 1491억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측은 “준비 기간과 오픈 초기 2개월간 마케팅 목적의 자전거래가 있었지만 이때 사용한 것은 외부와 엄격하게 분리된 법인 계정이었다”며 “자전거래는 총거래량의 3%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거래소가 거래량, 주문 수량 등 시장정보를 조작하고 다른 회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은밀하게 4조원대 거래에 참여했다는 점이 자본거래법상으로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에는 국내 상위 거래소 빗썸의 거래량이 1만5000배나 부풀려졌다며 자전거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 포브스 등 외신은 지난 19일 빗썸의 지난달 거래량이 약 5조원 가량으로 지난 9월 4000억원에서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빗썸 측은 이에 대해  “당시 거래 수수료 120% 환급 같은 파격적인 이벤트에 고객들이 몰린 것”이라며 “국내 수사기관의 수차례 압수 수색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상위 거래소 코인원은 투자자들에게 거래소 내의 자전매매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시장 내에서 자전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코인시장에서는 코인 거래를 늘리고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봇(Bot)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전거래나 마켓 메이킹을 대행해주는 업체도 존재한다”며 “관련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업비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자전거래가 만연한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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