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

▲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

<대한금융신문> 최근 몇 년간 펀드시장의 특징으로는 사모펀드와 일임시장의 확대, 인덱스펀드의 성장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펀드가 대중화되면서 공모펀드는 폭발적으로 규모가 늘어난 이후, 2009년 공모펀드 설정액은 사모펀드의 2~3배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공모펀드는 2009년의 운용규모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금융기관, 법인 등 기관투자자와 거액자산가의 운용 자산이 늘어나면서, 사모펀드의 운용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사모펀드의 설정규모는 327조원으로 공모펀드보다 90조원이 많다. 사모펀드에 주로 투자되는 유형은 채권형, 부동산, 특별자산 등을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장기 투자되는 부동산과 특별자산 유형에 사모펀드의 운용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므로 계약의 성격이 ‘사인(私人)간 계약’의 형태다. 가령 공모펀드는 동일 주식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는 이에 대한 제약이 없다. 부동산펀드나 특별자산펀드는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폐쇄형인 공모펀드는 유동성 공급을 위해 주식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사모펀드는 이러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특별자산펀드가 사모펀드로 선호된다.

사모펀드의 성장 요인 중 하나는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 2011년 출범했고,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에서 최저 가입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 이상(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3억원 이상)으로 낮추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1조7000억원이었던 한국형헤지펀드는 2015년 3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최저 가입금액을 낮춘 후 2016년 6조6000억원, 2017년 12조4000억원, 2018년 10월 23조8000억원으로 한국형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펀드에 다양한 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요인이다. 지난해에는 한국형 헤지펀드 중에서 멀티전략의 비중이 높아졌다. 비상장주식, CB, BW, 주식,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효과와 헤지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한국형 헤지펀드의 주요 트렌드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 관리가 자산 운용 과정에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로 장기 호황을 이어온 미국 경제가 경제 싸이클 둔화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다양한 자산으로 운용 자산의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성격이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자산간 분산효과로 보다 안정적인 운용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EMP, TDF 등 다양한 자산으로 펀드를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 전략이 대세다.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ETF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펀드에 다양한 자산을 투자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적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혼합형 펀드인 한국형 헤지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며, 펀드에 따라서는 그 이상인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일반투자자로서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운용전략이나 성과가 맘에 들어도, 투자할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작년 정부는 최소 가입금액 500만원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허용했다. 미래에셋자산, 삼성자산, 신한BNP파리바자산, 키움자산 등에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했고, 향후 추가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출시를 계획하는 운용사들도 있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7~10개 정도의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 전략도 자연스럽게 분산 투자된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성과를 살펴보면 국내혼합형, 해외혼합형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에 투자하면, 다양한 자산과 전략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운용역이 펀드 리밸런싱을 하는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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