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이 점포수 축소 및 모바일 채널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니어 고객(은퇴 및 노후를 준비하는 50대 이상)에 대한 금융소외 현상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디지털 기반의 자산관리 및 부대서비스들은 초기 예상보다 시니어 고객의 호응이 미진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금융회사는 시니어가 기대할만한 금융상품 개발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시니어의 금융 관련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개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시니어의 금융소외는 전세계적인 현상

최근 금융소비자의 은행채널 이용에 있어 모바일뱅킹이 주류 채널로 성장하며 연령별 이용격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은행 점포수가 감소하면서 시니어에 대한 금융소외가 주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들은 전체 평균 대비 낮은 모바일뱅킹 이용률과 지급서비스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50대 이상의 고객 중 90% 이상이 모바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금융업무에 필요한 모바일뱅킹 및 지급이용률은 각각 33.5%와 8.5%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시니어의 금융소외 현상은 금융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보여진다. 한국과 유사하게 미국도 시니어 손님의 모바일뱅킹 이용 빈도가 타 세대보다 낮아 금융회사가 시니어의 모바일뱅킹 접근성 개선을 위한 사용법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는 캐피탈원(Capital One Bank)의 시니어 대상 온라인 강좌인 ‘레디, 셋, 뱅크(Ready, Set, Bank)’를 들 수 있다. 캐피탈원은 시니어 대상 비영리기업인 OATS(Older Adults Technology Services)와 공동으로 2016년 8월부터 Ready, Set, Bank를 운영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60여개의 짧은 동영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니어는 동영상을 통해 모바일 뱅킹 이용 시 장점이나 자동이체 이용방법 등을 학습하고 실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캔자스 기반은행인 UMB의 시니어 대상 모바일 뱅킹 교육 프로그램도 주목해 볼만 한다. UMB는 점포 내 직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지니어스(Digital Genius)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니어는 디지털지니어스와 약 15분간 대화를 통해 모바일 뱅킹 사용법을 배울 수 있고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 재무가치 외면한 중장년 금융채널의 한계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시니어 대상 교육보다는 액티브 시니어에게 맞는 역동적인 디지털 서비스 출시에 주력했다.

특히 ‘58년 개띠의 은퇴’, ‘초고령화 사회’,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 등이 금융권의 주요 과제로 부상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니어 대상의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해당 플랫폼은 세무,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자산관리 측면 외에 비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오락,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시니어 손님의 호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국내 금융회사의 시니어 대상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금융회사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시니어 손님에게 제공해야 할 재무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시니어는 금융회사의 모바일 서비스 가입을 통해 보다 높은 예금금리 적용, 저렴한 보험 가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시니어 대상 서비스는 금융상품 제공보다는 기타 정보 제공에 치중하고 있다”며 “자산관리 서비스 또한 핀테크 기업이 여러 금융회사의 정보를 종합해 보여주는 것과 비교해 대형 금융회사 서비스들은 자사의 펀드 현황을 보여주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모바일 활용 수준을 평가 절하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바일을 적극 활용하고있는 시니어들의 경우 금융회사의 부가서비스가 간접적인 혜택 제공에 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전문회사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개별 여행사 등이 모바일 접근성을 강화하고 자체 모바일 회원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시니어들이 금융회사의 여행 부문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크게 없다.

◆ 시니어 서비스…금융포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금융회사들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서비스에 성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급여소득, 사업소득, 퇴직소득 등을 이용한 디지털 자금관리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니어, 특히 50대 가구는 상대적으로 타 세대와 비교해 소득이 크고 자산 축적이 여전히 가능한 시기다. 실제 50대 가구는 40대 가구에 비해 소득 증가율은 높은 반면 조세·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둔화해 처분가능 소득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니어 창업 관련 대출 연계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상당수의 시니어 창업자들이 준비 없이 창업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대출 취급과 함께 이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IBK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공동으로 취급하는 IBK시니어전용창업대출에 금융회사 또는 관련 재단의 컨설팅이 부가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 등 은퇴 관련 상품판매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판매에서 벗어나 △별도 은퇴브랜드를 통한 마케팅(KEB하나은행의 ‘행복Knowhow'), △은퇴고객 인생설계 아카데미 개최(KB국민은행), △부부은퇴교실 진행(신한은행) 등 손님의 은퇴설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상품과 연계하는 자연스러운 접근이 바람직하다.

최근 해외송금을 시작한 케이뱅크의 이용고객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40대 이상 고객, 특히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일반 연령별 비중을 초과해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바일 뱅킹의 저렴한 가격과 사용의 편의성이 이들의 호응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녀 유학 목적으로 해외송금을 이용하는 손님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아 시니어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물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가 시니어의 금융포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시니어가 넓은 의미의 금융 이용과 관련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금융회사는 시니어 고객의 고지서를 통합적으로 대행해 주거나 연금수급 등 주요 재무변화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할인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소소한 서비스가 시니어에게는 더 절실할지 모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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