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금융지주 보험사 모두 폐쇄 고려
“운영할수록 적자…아웃바운드 규제탓”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보험복합점포’에서 4개 은행지주가 결국 발을 뺄 모양새다.

은행, 증권, 보험 상품을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금융판 하이마트를 만든다는 구상이었지만 과도한 규제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적자 점포만 늘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은행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복합점포를 운영하는 은행지주 내 보험사들은 보험복합점포 폐쇄를 고려 중이다. 

이미 신한생명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각각 의정부와 종로 복합점포에서 보험 코너를 철수했다. 총 세 곳이던 보험복합점포는 이제 한 곳만 남게 됐다.

NH농협생명은 광화문과 부산에서 2개 보험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부산지점의 보험점포 폐쇄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KB생명·손해보험과 하나생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미 복합점포 내 보험창구에 배치한 직원들을 한 명만 남겨두고 전부 복귀시켰다. 이들 보험사도 추후 점포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복합점포 철수에 나서는 이유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을 정도로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하나·농협 등이 운영한 10개 보험복합점포의 보험판매건수는 188건으로 전년 말(604건) 대비 3분의 1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료수입(초회보험료)은 4억3467억원에서 7550만원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10개 보험복합점포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보험계약자가 첫 회 낸 보험료) 수입으로는 파견한 직원의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은 셈이다.

보험업계는 예견된 정책 실패라며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칸막이 규제로 보험영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은행을 가진 금융지주사가 보험도 판매할 수 있는 보험복합점포를 도입한 바 있다. 금융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야 한다는 추세에서다.

지난해부터는 금융지주나 금융그룹에 3개까지 허용되던 보험복합점포를 5개로 확대했다. 기업은행이나 삼성·미래에셋대우처럼 개별 은행이나 증권사도 보험사와 제휴한 복합점포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줬지만 추가 개설을 요청한 금융사는 단 한곳도 없다.

보험사들은 ‘아웃바운드(점포 밖에서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영업)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보험복합점포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탓에 고객이 복합점포 안에서 보험 코너를 직접 찾아가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점포 안에 있더라도 보험사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다가가서 보험가입을 권유할 수도 없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주로 고객에게 직접 가입을 권유하는 아웃바운드 영업이 중심이었다. 그럼에도 복합점포 안팎으로 외부 영업을 금지하니 실효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운영할수록 적자다보니 보험사마다 보험 코너를 철수하거나 폐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실제 보험영업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생긴 정책 실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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