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 21:55 (일)
[응답하라, 우리술 117] 프리미엄으로 승부하려는 제천 뱅크크릭브루잉
[응답하라, 우리술 117] 프리미엄으로 승부하려는 제천 뱅크크릭브루잉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5.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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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맥주와 함께 유기농 몰트까지 국산화 계획 세워
벨기에식 맥주 7종에 더해 증류주 생산 위해 시험양조
제천 솔티마을에 있는 뱅크크릭브루어리는 정통 벨기에 맥주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홉 농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해서 재료의 국산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홍성태 대표가 자신이 만드는 맥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제천 솔티마을에 있는 뱅크크릭브루어리는 정통 벨기에 맥주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홉 농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해서 재료의 국산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홍성태 대표가 자신이 만드는 맥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에는 지역의 정체성이 담기게 된다. 주변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다보니 술의 이름까지 지역명을 담게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술의 기원이 다른 지역(국가)일 경우에는 정체성의 혼란을 갖기 마련이다. 외국에서 수입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우리 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난망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돼 있는 초연결사회에서 이러한 산업혁명 시대의 분류법을 적용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특히 수입자유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세계 유수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을 가까운 마트에서 찾아 마실 수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은 로컬푸드다. 발효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증류주는 장기유통이 가능한 술이지만 발효주는 특성상 효모가 살아있거나 살균처리를 했어도 향미성분이 증류주만큼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병에 넣은 후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다.

이런 고민을 사서하는 맥주 양조자가 한 사람 있다. IT업계 외길을 걷다 맥주에 천착하며 우리나라 맥주를 생각했던 제천의 뱅크크릭브루잉의 홍성태 대표가 그 사람이다. (2017년 4월 23일자 본지 참조)

낯선 양조자의 길로 접어들면서 세계 맥주를 섭렵하던 시절, 그는 벨기에 맥주가 수제맥주 붐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알고 벨기에식 맥주를 생산키로 결정한다. 벨기에 농부들의 술인 ‘세종’과 에일, 듀벨 등의 술을 양조하면서 그는 홉만큼은 우리 땅에서 재배한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첫해에 영국으로부터 400주, 그리고 지난 2017년에는 브루어리가 위치한 솔티마을 사람들과 함께 작목반을 만들어 5000주를 식재한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홉 농사를 짓는 별도의 법인을 분리시키고, 유기농맥주 양조를 위한 유기농 홉을 수입해서 4958㎡(1500)평 규모에 식재하고 여름 수확철을 기다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국산 보리로 몰트(당화를 위해 발아시킨 보리)를 만들 계획을 짜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유기농 영역까지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몰트는 맥주의 몸체를 만드는 핵심 재료다. 따라서 유수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관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 몰트의 경우, 수입산과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홍 대표는 1~2톤 정도 처리할 수 있는 몰트공장을 올해 제천에 세운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뱅크크릭브루어리에서 만들고 있는 맥주들, 왼쪽부터 솔티 트리펠, 벨지안 블론드, 솔티 8, 인디안페일에일, 벨지안 페일에일
뱅크크릭브루어리에서 만들고 있는 맥주들, 왼쪽부터 솔티 트리펠, 벨지안 블론드, 솔티 8, 인디안페일에일, 벨지안 페일에일

그렇다고 그가 현재 만들고 있는 맥주가 평범한 것은 아니다. 상큼한 맛의 세종(솔티 봄)과 밀맥주인 솔티 위트, 중후한 벨기에식 맥주인 블론드 에일과 정통 페일에일 및 IPA 등 기본기에 충실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홍 대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얹고자 한다. 벨기에를 포함해 북유럽의 유명한 맥주들은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이 만드는 맥주 중 프리미엄 맥주에 해당하는 트리펠 및 배럴숙성 맥주 등을 수도원맥주 개념으로 생산해 새로운 브랜드를 부칠 생각이란다.

현재 그의 맥주는 브루어리가 위치한 솔티마을의 이름을 따서 ‘솔티’를 붙이고 있는데, 프리미엄은 인근에 있는 천주교 성지인 ‘배론성지’의 이름을 따서 ‘배론’브랜드를 붙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기농까지 포함할 경우, 여타 맥주양조장과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홍 대표의 생각이다.

한편 홍성태 대표는 맥주 이외에 몰트를 이용한 증류주에도 관심을 갖고 시험용 증류기를 들여와 여러 형태의 술을 증류하고 있다. 쌀로 빚은 막걸리를 증류하는 것을 제외한 맥주를 이용한 증류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몰트의 경우도 꼭 보리로 한정짓지 않고 증류주를 생각하고 있다.

 올 하반기쯤이면 홍 대표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우리 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때가 되면 솔티마을을 찾는 애주가들의 발길도 더욱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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