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건당 3만~4만원에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매매업계, 도입폐지 집회도…소비자 권익제고 퇴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A씨는 지난해 7월 매매업자로부터 중고차를 구입했다. 매매업자는 차량 성능기록부에 ‘미세누유’ 항목이 있다고만 고지했다.

구입 후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실린더 헤드에 오일이 묻어 있는 수준이 아닌 오일이 흘러내리는 상태였다. A씨는 매매업자에게 보증수리를 요구했지만 이미 고지했던 사항이라며 수리를 거부했다.

매매업자가 보증수리를 이행하지 않거나 사고부위를 축소해 고지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늘면서 이달부터 중고차 성능·상태점검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돌연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관 및 사업자는 자동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중고차 성능점검업자의 진단오류나 과실로 부정확한 성능점검기록부가 작성되는 등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를 두고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집단 반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도 폐지 촉구를 위한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연합회는 “제도 도입으로 중고차 구입 소비자에게 연간 600억원 이상의 추가 보험료만 전가될 것”이라며 “국토부, 성능점검단체, 보험사만 참여해 만든 밀실 제도”라고 규탄했다.

정부 및 손해보험업계는 중고차 매매업자의 뒤늦은 반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보험이 중고차 매매업자와 사실상 큰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다. 

중고차 매매업자는 차량을 팔 때 성능점검업자에게 차량점검 증서를 받고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게 전부다. 이때 성능점검업자는 중고차 검사 한 건당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한다. 중고차를 구입한 뒤 문제가 생기더라도 피해액은 보험사가 물어준다.

소비자에게 연간 600억원 이상의 보험료 부담이 전가된다는 주장도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반대로 해당 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들은 중고차 1건당 보험료를 약 3~4만원 수준으로 본다. 개인용 중고차의 연간 거래대수가 약 130만대인 만큼 보험사들이 추산하는 시장 규모는 절반 수준인 300억~400억원이다.

일각에서는 30만원 이상의 보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1억원에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일 경우다. 오히려 비싼 외제차를 구입하며 저렴한 보험료로 성능점검에 대한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에겐 이득이다.

국토부와 보험사, 중고차매매업자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거래와 관련된 피해구제 신청은 총 172건이다. 이 가운데 계약불이행이나 계약해지 및 청약철회 거부 등이 63건(36.6%)으로 가장 많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차량을 판매한 뒤 품질 문제가 발생해도 수리를 해주지 않는 ‘보증수리 미 이행’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의 주요장치와 자기진단사항이 실제 차량의 성능·상태와 다른 ‘성능 불만족’ △사고차량인데 무사고로 고지하거나 사고부위를 축소하는 ‘사고차량 미고지’ 등이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자가 돈을 주고 성능점검업자에게 점검을 받는 구조라 둘 사이에는 일종의 갑을 관계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성능점검 시 양호 판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성능점검업자가 직접 보험에 가입하고, 피해액은 보험사가 부담해 소비자 권익을 높이겠다는 건데 업자간 이권다툼 때문에 이러한 취지가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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