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7 13:55 (일)
[기고] 핀테크, 금융을 생각하다
[기고] 핀테크, 금융을 생각하다
  • 하영인 기자
  • 승인 2019.06.1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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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경제정책학 전공 이성훈 교수

최근 금융시장은 핀테크의 출현으로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된 수많은 용어가 범람하고 있다. 가상화폐, 블록체인,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오픈 API(Application Platform Interface) 등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권은 용어에 대한 개념정리와 장·단기 영향분석에 분주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이후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통해 송금, 결제, 자산관리 등 다양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급결제서비스 부문에서는 전자금융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해 공인인증서와 국가인증 정보보호제품 사용의무를 폐지하면서 간편결제사업자가 출현하게 됐다. 카카오페이‧삼성페이‧네이버페이‧페이코 등은 제도변화 이후 출현한 간편결제서비스들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핀테크 출현과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지점이 처음으로 1000곳 이하로 줄었고, 은행의 계좌개설도 비대면 채널이 대세다. 이러한 변화가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우리가 인식하는 금융기관의 역할은 금융중개자로서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본인의 계정(위험의 감수)을 통해 신용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은 크게 지급결제수단의 창출, 거래비용절감, 자산변화의 편익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핀테크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 현재 핀테크는 금융기관 본연의 역할보다는 금융중개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 대 개인(P2P)업체 또한 위험에 대한 부담은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본인의 계정을 통한 신용을 제공한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은행법’ 특례 규정을 통해서 영업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금융기관과 차별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기업이 금융기관에 주는 편익은 크다. 우선 핀테크기업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하지 못하는 타 금융회사 및 업권을 연계해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카드사, 은행, 증권사 등을 연계해 자산과 부채 현황, 카드납부 예상내역, 실시간 결제내역, 투자현황 등 모든 것을 하나의 앱(app)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금융상품 추천 및 신용관리 등의 서비스도 선보이며 핀테크는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해외송금 수수료를 감소시키고 다양한 금융상품 추천기능을 통해 각종 수수료 부담도 덜어줬다.

이와 같이 핀테크가 기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핀테크기업의 수익기반은 취약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이후 지속적인 적자에 머물러 있고, 간편결제서비스업체들도 결제수수료를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외국에서도 수익을 내는 핀테크회사는 대부분 모회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페이팔은 이베이(ebay),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그룹을 통해 수익을 냈다. 독자적으로 성장해 수익을 얻은 핀테크기업들은 대부분 P2P 대출서비스와 같은 대부업 서비스에 국한된다. 기존 금융기관의 라이선스를 우회해 대출업무를 영위하는 회사들이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추진전략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 낡은 규제 혁신, 핀테크 투자지원 확대, 핀테크 신시장 개척, 디지털 금융 보안·보호 강화 등 6대 전략과제를 언급했다. 이 중에서도 개방형 금융결제망(오픈뱅킹) 구축 및 후불결제 허용의 경우 카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기업들이 은행결제망을 보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공동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50만원 소액 범위 내 후불결제가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방안이 수록됐다. 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망으로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하던 상황에서 카드사의 주도권을 약화시키고 수수료 수입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향후 핀테크기업이 금융시장의 기능을 보다 깊숙이 침투하게 되면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감독도 필요하다.

현재 핀테크의 가장 큰 이점은 유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가 진화하면서 기존 금융기관 서비스 자체를 대체하는 상황까지 왔다. 핀테크가 보다 자유로운 규제환경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마땅하다. 이에 대응해 이들의 경쟁 상대인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하지만 핀테크기업도 궁극적으로는 금융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인 안정성, 건전성, 수익성이 충족 돼야 금융시장 전반의 발전과 함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또 기존의 금융기관도 핀테크기업의 자극을 통해 다시 한 번 서비스 혁신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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