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형법상 피해자와 실질 피해자 불일치”…징역 1년6월→8월 감형
채용비리 관련 은행장 항소 첫 판례, 다른 은행 공판 결과에 귀추 주목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우리은행 신입직원 채용비리 혐의로 법정구속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사진)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20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항소1부(박우종 부장판사)는 이 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5~201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합격했어야 했는데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불이익에 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으나, 한편으로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피해자로 정한 것은 방해를 당한 업무 주체”라며 “법이 정한 피해자(우리은행) 측에서 처벌에 대한 별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데다 규범적으로 정당하다곤 할 수 없겠지만 크게 보아 은행을 위한 일이었다는 피고 주장마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이 제정한 사건과 피해자가 불일치하다는 점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고, 이 사건의 면접업무방해라는 처벌 범위가 일부 주장에서 제기됐듯이 지나치게 기조적이라는 평가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전 행장과 함께 기소된 남 모 전 수석부행장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원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홍 모 전 인사부장은 2000만원의 벌금형으로, 원심에서 징역 6~8월을 받았던 직원 장 모씨와 이 모씨, 조 모씨는 500~1000만원의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최종결정권자인 은행장에 대해서는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지만, 나머지 피고인의 지위에 비춰볼 때 공모해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행장의 부정적인 채용 지시가 법원에서 일부 업무방해로 인정되면서, 이 전 행장과 마찬가지로 채용비리 혐의에 기소된 다른 은행 고위급 인사에 대한 향후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사를 대상으로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 현재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과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 등이 공판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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