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러·주니어급 직군 중심으로 인터넷은행行 줄이직
수혈도 쉽지 않아…경력 채용공고에 반응 ‘미지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때아닌 경력 인재 유출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권 메기’로 떠오른 인터넷전문은행이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잇단 추진, 기존 은행권 인재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들이 금융권 전반에 메말라 있는 IT인재 확충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신규 인터넷은행 등장까지 예고돼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의 경력 인재난은 장기적 이슈로 불거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 등 6개 시중은행의 일반 직원(임원급 미만, 별정·무기계약 포함) 총인원은 지난 2016년 9월 말 7만1253명에서 2017년 9월 말 6만6천468명, 2018년 9월 말 6만5273명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일반 직원 감소 추세는 지난 2015년 이래 대규모 희망퇴직이 수차례 단행된 영향이 크다. 그러나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은행 영업점 창구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이하 텔러)과 사원, 대리 등 주니어급 직군의 인원 축소는 ‘자발적 퇴사’가 늘어난 결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승진이 제한된 텔러 등 별정, 무기계약 직원의 경우 은행권 종사자 중 이직률이 약간 높긴 했지만 최근 들어 이직률 상승세가 일반 직원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며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와 강도 높은 영업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새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나 공기업으로 떠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식적인 집계 자료는 없지만, 근속연수가 5년이 되지 않은 직원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며 “신규 채용 확대에도 불구 젊은 직원들의 이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17년 4월과 7월 은행권에 새롭게 등장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에 안정적 시장 안착을 위해 수백명에 달하는 전(全) 직원을 금융권 경력직으로 모집했으며 현재도 경력직을 대상으로 한 인력 충원을 수시로 진행 중이다. 공채는 물론 헤드헌팅회사를 통해서도 관련 인력에 이직을 제안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으로 이직을 결정하는 이들은 텔러와 2~3년 차 경력의 주니어급 직원이 대다수다. 시중은행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는데 보다 수월한 업무 환경, 기존 은행권 이상의 복지제도 수준 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경력직 수혈에도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핀테크(IT+금융) 혁명’을 맞아 디지털 부문 강화를 위해 IT 경력자 모시기에 애쓰고 있으나, 관련 인력들이 금융사는 IT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개인 역량을 키우는 데 제한이 있을 것이란 우려로 전향을 쉽게 선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춰 디지털 금융사로의 전환을 꿈꾸는 시중은행들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력 선발을 위해 근 몇 년간 IT 경력직 채용공고를 자주 내고 있으나 지원자 수가 미미해 아직 전문가로 꼽을 만한 인재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IT 인재 선발이 안 되자 직접 양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로 전향할 의사가 있으면서도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IT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수가 극히 적은 데다 이마저도 대부분 금융사와 IT기업 영역에 교묘히 걸쳐져 있는 인터넷은행으로 흡수되는 실정”이라며 “신규 인터넷은행 등장까지 앞두고 있어 시중은행의 경력직 유출, 수혈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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