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선도적 경쟁력 구축 인정받는 수단으로 활용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기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권이 각종 ‘타이틀’ 쟁취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화상태의 내수 시장 상황에서 독보적이고 선도적인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것을 인정받아 고객에게 직접 와닿는 마케팅을 펼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1조2818억원을 시현, 같은 기간 1조3051억원을 거둔 KB국민은행에 ‘순이익 톱’ 자리를 내줬다.

빡빡한 정부 규제와 맞물린 저금리 기조 속 당기순이익은 단순한 자산규모 점유율보다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의 성패를 가르고, 금융지주의 ‘리딩뱅크’ 수성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의 이번 실적으로 '리딩뱅크' 타이틀 재탈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사회공헌 1등 은행’ 타이틀을 잃었다.

농협은행은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며 은행권 사회공헌사업 관련 최다(最多) 지출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려왔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23일 공시한 ‘2018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에도 사회공헌사업 기금으로 1478억원을 내놓았으나 같은 기간 국민은행이 1903억원, 신한은행이 1511억원의 ‘통 큰’ 지출을 하면서 갑작스레 3등으로 밀려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사업과 관련해 지켜왔던 최대 금액 지출 은행이라는 명성을 다른 은행에 넘겨주게 됐으나, 순수익 대비 사회공헌 비율은 농협은행이 여전히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공헌 1등 은행 타이틀을 뺏겨 아쉬우면서도, 그만큼 은행권 전반이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 뿌듯하다”며 “명성에 급급하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책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은 ‘민족은행’ 칭호를 두고서도 우리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농협은행은 ‘100%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순수 민족자본 은행’을 홍보(PR) 문구로 자주 인용한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비상장사로 지분 100%를 농협금융지주가 소유하고 있으며, 농협금융은 다시 농민 출자로 설립된 농협중앙회가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농협은행 외에 ‘민족은행’을 내세우는 또 다른 은행이 있다. 일제의 조선 침탈에 맞서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이라고 소개하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899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자본을 받아 설립돤 대한천일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지주 체제 전환 이후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민족은행’ 타이틀에 더욱 신경 쓰는 눈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민족은행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업무용 차량 번호를 1001(천일)로 바꿨으며, 지난 4월에는 중구 회현동 본점에 ‘민족의 은행, 세계의 은행’ 전시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전시관에는 대한천일은행 창립청원서 및 인가서 등 은행 설립에 관련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과 관련한 각종 업적 타이틀은 해당 은행의 시장 지위를 나타낸다”며 “은행 간 자존심 싸움은 물론,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은 고객에게 더욱 친근한 마케팅을 펼치는 데도 활용되는 등 입지 다지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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