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전쟁 심화에 증시 ‘폭락’
환율급등 공포감에 외국인도 매도세
코스피 3년, 코스닥 2년 반만에 최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국내 증시가 무너지며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동반 급락하며 각각 3년만, 2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분쟁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투자자들에게 공포감이 극대화돼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이 바닥을 찍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2016년 6월 28일(1936.22)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1945.3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코스닥 분위기는 더욱 처참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91포인트(7.46%) 급락한 569.79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3월 10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종가는 지난 2015년 1월 8일(566.43) 이후 약 4년 7개월만의 최저치다. 

코스닥시장 낙폭은 지난 2007년 8월 16일(77.85포인트) 이후 약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날 오후 2시 9분부터 5분간 ‘사이드카(Sidecar)’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 매매호가 관리제도다. 사이드카가 발동될 경우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다만 지난해 1월과 2월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했던 사이드카는 상승장에 발생했던 것으로 하락장 기준 사이드카는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여 만이다.

이날 증시 급락은 미중 무역분쟁 및 일본의 수출규제와 환율이 급등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대화된 것이 투매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리스크가 커진데다, 환율에서 힘이 빠지며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보통 환율은 어떤 국가의 경제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실제 5일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수준으로 3년 5개월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경수 센터장은 “대외변수들이 국내증시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한국과 일본 관계 악화, 트럼프의 대중국 추가관세 발언으로 인한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환율 급등 등이 대표적”이라며 “환율이 1200원을 단숨에 넘으며 투자심리를 굉장히 흔들고 있다. 통상 투자자들은 환율 급등시 국가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에 외환위기 등이 있었을 때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이 있었기에 환율급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장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 간 무역분쟁 강도가 더 커진데다 환율까지 치솟으며 투자자의 공포가 극대화됐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이창목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한 미중 무역전쟁 심화 가능성 확대 등 대외적 요인으로 국내 증시가 많이 빠졌다. 다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 4분기까지는 이런 증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하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고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NH투자증권 이창목 센터장은 “시장에 수급 없이 자금이 빠지고 있는 점은 우려되지만, 1950선을 내려 앉은 현재 지점이 저점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대외 이슈에 따라 증시 변동성은 있지만, 기업 실적들을 살펴볼 경우에 이 정도 수준이 바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선 코스피 하단으로 1950선 정도를 보고 있다. 1950선이 PBR 0.8x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레벨”이라며 “주식을 들고 버텨야 될 국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 이경수 센터장은 더 하락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이 센터장은 “과거에는 이 정도 빠졌으면, 주가 하락세가 멈췄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식 벨류에이션을 살펴보면 주당순이익(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계산할 때 주가랑 별개로 기업 자체의 이익이나 자산 등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밸류에이션 자체로 현재 주가의 바닥 수준을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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