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4 15:20 (목)
[응답하라, 우리술 131] “와인이야 막걸리야, 이 술 참 신기하네!”
[응답하라, 우리술 131] “와인이야 막걸리야, 이 술 참 신기하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10.14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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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이의 재기발랄함으로 뭉쳐진 디오케이브루어리
맥주제조법서 아이디어 얻어 신개념 막걸리 만드는 술도가
20대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개념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술도가가 등장했다. 서울 삼양동에 자리한 ‘디오케이브루어리’, 한식 셰프인 이규민 대표와 이재범 양조사가 이 술도가의 주인공들이다.
20대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개념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술도가가 등장했다. 서울 삼양동에 자리한 ‘디오케이브루어리’, 한식 셰프인 이규민 대표와 이재범 양조사가 이 술도가의 주인공들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새로운 생각은 기존의 질서와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열리는 미답의 신세계이다. 기존 질서와 문화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있어야 비판적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고창신’,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온고지신만큼 새로움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성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고’의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로보지 못하면 ‘창신’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전통주 전문 술도가의 창업도 늘고 있다. 대개가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 내지 도제식 교육을 받는 양조인들에 의한 도전이다. 그런데 한식 셰프인 두 젊은이가 전통주 업계의 문을 두드려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북한산 동쪽 자락인 삼양동에 ‘디오케이브루어리’라는, 전통주 양조장으로서는 다소 낯선 이름을 건 이규민(28) 대표와 이재범 양조사. 우송대 글로벌한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코펜하겐의 브루펍 ‘브로스’에서 셰프로 활동한 이규민 대표는 대학 후배인 이재범씨와 전통주를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한 술을 상업화하기로 하고 지역적 연고도 없는 서울에 소규모주류제조 면허를 내고 지난 8월부터 그들만의 술을 내고 있다.

이 대표가 기획해서 출시하고 있는 술은 지금까지의 술과 다르다. 마셔보면 전통주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막걸리라고 부를 수도 없는 ‘다른 술’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술을 ‘디오케이의 술’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술맛이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은 전통주처럼 술의 재료와 제조기법은 전통 가양주와 같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 스타일의 술에서 찾을 수 있는 ‘드라이 홉핑’ 기법을 사용해 라이트하면서도 술의 향과 맛을 같이 살린 술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이규민 대표가 코펜하겐에서 셰프로 근무했던 브루스가 최근 덴마크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투올(To OL, 영어로는 Two Beer) 소속의 브루펍이었기 때문이다.

투올은 기존 장르의 맥주 이외에 새로운 형태의 부재료를 다양하게 접목시키면서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 맥주를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일부 수입돼 맥덕(맥주덕후)들의 사랑을 받는 까닭도 드라이 홉핑을 통해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술을 만들기 때문이다. 드라이 홉핑 기법은 맥주의 발효가 끝난 뒤 숙성기간 동안 맛과 향을 위해 홉이나 방향성 과일 등을 부재료로 첨가하는 것을 말한다.

디오케이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술은 두 종류이다. 왼쪽은 잉글리시블랙퍼스트라는 홍차를 넣은 ‘뉴트로’이며 오른쪽은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은 ‘걍즐겨’이다. (제공 : 디오케이브루어리)
디오케이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술은 두 종류이다. 왼쪽은 잉글리시블랙퍼스트라는 홍차를 넣은 ‘뉴트로’이며 오른쪽은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은 ‘걍즐겨’이다. (제공 : 디오케이브루어리)

이러한 방법을 이 대표는 우리 전통주에 접목시킨 것이다. 지난 8월 첫 선을 보인 ‘걍즐겨’는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을 넣어 산미를 돋우는 한편 시트러스한 향도 강화시켰고, 지난 9월에 출시된 ‘뉴트로’는 홍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잉글리시블랙퍼스트’라는 홍차와 레몬과 라임을 드라이 홉핑 방식으로 넣은 술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술잔의 입구 쪽이 좁아지는 ‘테쿠’잔을 자신들의 전용잔으로 갖추고 있으며, 처음엔 맑은 청주 부분만 따라 마시고, 다음에 섬유질 부분까지 섞어서 마시라고 한다. 이유는 청주 부분만 마실 경우 두 술 모두 라이트한 맛에 눈까지 즐거운 로제와인으로 느껴지고, 탁한 섬유질까지 섞여지면 그때서야 막걸리의 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술도 스타우트 스타일의 맥주에서 개념을 착용한 ‘흑막걸리’이다. 맥주의 재료 중 하나인 몰트를 사용하면서 커피까지 넣어 다크 스타우트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술을 겨울 시즌주로 내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예술가 집단과의 콜라보도 계획하고 있는데, 전시회는 물론 예술 문화에 대한 강좌도 자신들의 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나인엔드라는 작가집단과 협의 중에 있다고 한다.

막걸리에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면서 우리 술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는 20대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한 디오케이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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