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적인 수익률에 적립금 한 푼 없는 ‘깡통계좌’ 속출
실적만 좇는 진흙탕 마케팅 결과…운용체계 전면 개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권이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한 개인형퇴직연금(IRP)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낮은 수익률에 따른 고객 외면에 있으나 마나 한 상품으로 평가받는 굴욕에서 벗어나고자 단순한 발급 좌수 확대 마케팅이 아닌 실질적인 수익률 개선 및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한 상품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기업·농협 등 6개 시중은행의 직전 1년 IRP 평균 운용수익률은 1.30%로 전분기(1.49%)보다 0.18%포인트 떨어졌다. 부산·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의 경우 수익률이 0%대를 그쳤다.

은행 ISA 수익률 역시 바닥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 ISA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평균 1.42%를 기록했다. 만기를 1년으로 늘리면 수익률은 0.62%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IRP와 ISA 실질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게 평가된다. 투자 운용 상품이 단순 저축형 상품인 정기예금 금리(주요 시중은행 1년 만기 기준 평균 1.4%)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IRP와 ISA의 저조한 수익률은 고객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RP 금액대별 계좌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IRP계좌에 운용금이 단 한푼도 들어있지 않은 깡통계좌가 172만7980개로 전제 계좌 수의 45.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 ISA 가입자 수는 지난 2017년 1분기 212만6418명에서 올해 1분기 198만5695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7월에만 은행에서 8666명이 ISA를 해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 “속 빈 강정과 같은 은행상품 계좌 실태는 보여주기식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은행들의 진흙탕 마케팅 결과”라며 “IRP, ISA 등 저조한 수익률의 상품 문제를 자성하고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IRP, ISA의 유명무실 프레임 탈출을 위해 최근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IRP의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 운용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은행 대부분이 올해 하반기부터 고객 유형별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및 면제를 단행했으며 고객들이 IRP 수익률을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자산관리센터 출범 및 모바일 서비스 기능을 강화했다.

금융당국 주도하에 ISA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한 제도 전면 개편도 논의 중이다.

은행들은 지난 2016년 도입 당시 ‘재테크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던 ISA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에 대해 저조한 수익률뿐 아니라 까다로운 가입조건과 대표 절세상품으로서의 인식이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여기에 국회 여당과 금융당국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ISA 제도를 개선을 금융 핵심 과제로 꼽았다.

당정은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존 ISA를 전면 개편한 ‘KoLIA’를 이르면 내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상품은 연령과 소득 제한 등 가입조건을 없애 진입장벽을 낮추고 일반형, 결혼·육아형, 주택형, 주니어(18세 미만)형 등 목적형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계좌유형도 기존 신탁형, 일임형에 투자형과 예금형을 추가할 계획이며, 가입기간도 기존 5년에서 영구적으로 가능하도록 변경한다.

연간 200만원에 불과했던 비과세 한도는 10배인 연간 20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주택·결혼·육아·교육 등 개인적 사유가 발생할 때 중도인출도 허가할 방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IRP, ISA 등 정부 주도 금융상품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외형적 성과인 발급 좌수 확대에 초점을 둔 고객 유치 마케팅에 집중해 소비자 관심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자체적인 상품운영 체계 개편과 당정과 협의를 통한 혜택 강화 등으로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서 부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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