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심, 농협은행 공시의무 위반 과징금 철회
“금융위, 판매사들 OEM펀드 양산 방치한 셈”

금융위원회 CI
금융위원회 CI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이제 펀드 운용·판매 과정에서 판매사가 아무리 부당한 행위를 해도 붙잡지 못하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OEM펀드 양산을 방치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융위 산하 자본조사심의위원회에서 NH농협은행의 펀드 공시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농협은행과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 과징금 부과를 안건으로 올린데 대한 결과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운용사들에 OEM펀드 제작을 주문하고, 시리즈펀드를 생산해 사실상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았음에도 공시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봤다.

금감원이 이러한 안건을 상정한 것은 OEM펀드 운용의 실질 주체인 판매사를 처벌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자본시장법상 법령 미비로, OEM펀드 주문이나 공시의무 위반에 있어 판매사 처벌은 쉽지 않았다. 

실제 금감원은 앞서 농협은행과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의 OEM펀드 운용 혐의와 관련해 운용사에는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린 바 있지만, 판매사에 대해서는 제재 규정이 없어 함께 조치하지 못했다.

이의 대안으로 금감원은 해당 OEM 펀드에 대해 사실상 동일한 펀드를 사모로 쪼개 팔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농협은행이 주선인의 역할을 했으며, 해당법 상 주선인은 공시의무를 져야 하는데 농협은행이 의무를 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자조심 결과로 OEM펀드 운용 등 판매사의 부당행위에도 판매사 처벌이 좌절됐다. 자조심위는 금감원 제재심위의 상위 심의기관으로서 향후 비슷한 위반 사례 발생 시 금감원의 제재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져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OEM펀드 양산을 방치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EM펀드 운용이나, 사모 쪼개기 등과 펀드 운용과정에서의 부당행위와 관련해 판매사가 운용사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본시장법상 판매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치 않았다”며 “금감원에서는 OEM 몸통인 판매사에 공시 의무 위반을 묻는 등 우회적으로 책임을 물으려고 했으나, 지난달 금융위에서 나온 법령해석이나 이번 자조심은 판매사의 책임을 모르는 척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자조심 결과로 판매사들이 더욱 맘 편히 OEM펀드 주문이나, 공모 쪼개기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며 “사실상 판매사에게는 면죄부를 주게 된 것으로 OEM펀드 양산을 방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논란 중인 독일·영국·미국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운용과 관련해서도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판매사 처벌이 어려울 전망이다. 해당 DLF들은 이번 농협은행 사례와 마찬가지로 OEM펀드 운용 의혹, 공모의 사모 쪼개기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자조심 결과를 DLF 판매사 제재 근거로 삼을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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