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12:10 (월)
높은 오픈뱅킹 문턱에 대형 핀테크 ‘전전긍긍’
높은 오픈뱅킹 문턱에 대형 핀테크 ‘전전긍긍’
  • 문지현 기자
  • 승인 2019.11.14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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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송금액 예측해 은행별 보증한도 설정에 난항
칼자루 쥐게된 은행…‘인프라 개방’ 초기 취지 무색
오픈뱅킹 개념도 (자료=금융결제원)
오픈뱅킹 개념도 (자료=금융결제원)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오픈뱅킹 전면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형 핀테크 기업(이하 대형 사업자)들이 오픈뱅킹 이용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픈뱅킹 이용 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배상을 위한 보증수단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서다.

금융결제원은 은행의 조회 및 이체 인프라를 이용하는 대형 사업자(이용기관)가 마련해야 하는 보증금(보증한도)을 은행(제공기관)이 책정하게끔 간접적으로 떠넘겼다. 보안사고 발생 시 큰 타격이 불가피한 은행으로선 이용기관에 높은 보증한도를 책정할 것이란 점에서 대형 핀테크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 이용기관 중 대형 사업자들에 대해 보증수단을 개별 은행과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금융데이터를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이용기관에 공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다.

핀테크 기업 등 이용기관이 오픈뱅킹을 이용하려면 기능 테스트와 보안점검을 거치고 이용기관인 금융결제원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후 주거래은행과 최종 API 이용 수수료를 확정하고, 보증수단을 설정한 다음 금융결제원과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이용기관 중 대형 사업자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 부분은 최종 계약 전 단계인 ‘보증수단 설정’이다.

금융결제원은 오픈뱅킹의 이전 버전인 '은행권 공동 오픈플랫폼'을 운영할 때, 이용기관의 보증수단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해당 보증보험은 공동 인프라를 부정사용해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피해 보상을 마련하기 위한 보험으로, 이용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일종의 보증금이다.

오픈뱅킹에도 마찬가지로 이용기관이 보증보험을 들도록 규정했으나 현재 중소형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증보험만 있고, 대형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증보험 상품은 없다. 금융결제원이 대형 사업자들에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가입할 수 있는 보증보험이 없는 대형 사업자들은 오픈뱅킹 이용을 위해 은행과의 자율협의가 필수다.

중소형 사업자는 보증수단으로 일일 전체 출금한도(거래액)에 대해 100~300%의 보증한도를 적용한 보증보험을 금결원에 제출한다. 예를 들어 통상 거래량이 일 500억원 수준인 중소형 사업자는 출금한도를 500억원으로 설정하고, 500억~1500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하면 된다.

반면 대형 사업자는 개별 은행마다 결제·송금액을 예측해 일일 출금한도를 설정하고,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두고 대형 사업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전체 출금한도가 아닌 은행별 출금한도로 보증한도를 설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출금한도는 업체의 결제나 송금 등 거래액에 따라 결정되는데, 전체 거래액은 예측 가능해도 은행별 거래액은 날마다 편차가 있어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형 사업자들이 은행마다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은행별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보증한도를 낮은 수준으로 협의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이 은행에 쏠릴 가능성이 높아 이들이 낮은 보증한도를 설정할 이유가 없다.

한 대형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날마다 각 은행의 이용 빈도가 다를 텐데, 이를 예측해 은행별로 출금한도를 설정하고 보증한도를 협의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라며 “오픈뱅킹은 그간 은행들이 독점해온 결제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 개방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데, 은행에 의사결정권을 넘겨줄 경우 초기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은 해당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뱅킹 시행 전 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사항인데 중간에 나서 보증한도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경우에만 중소형 사업자와 동일하게 금융결제원에 보증보험을 제출하는 방식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사업자들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부터 30일의 기한을 주고, 해당 기한 동안 18개 은행 중 어느 한 곳과도 협의하지 못한 업체에만 중소형 사업자 수준의 보증수단을 허용할 계획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형 사업자들이 은행과 개별협의 하는 게 강제인 점은 맞다. 다만 대형 사업자가 은행과 잘 협의한다면 오히려 낮은 수준의 보증한도로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다”라며 “또 그간 대형 사업자들은 펌뱅킹(법인용 금융거래시스템)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은행별 일일 거래량(출금한도) 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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