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DLF사태' 재발 방지 위한 은행상품 판매 개선방안 발표
사모펀드·신탁 판매 요건 대폭 강화…“예상보다 뼈아픈 결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당국이 앞으로 은행의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일정 수준(20%~30%) 이상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최근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 개선책이지만, 은행권에선 '과도한 조치'라며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종합 개선방안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20~30% 이상으로 높은 상품 중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을 말한다.

먼저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중에서도 위험상품인 사모펀드와 신탁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고객이 고난도 사모펀드를 원하는 경우 사모투자재간접펀드(사모펀드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공모펀드 위주로 판매하라는 취지다.

또 은행 사모펀트에 투자할 수 있는 일반투자자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레버리지(차입)가 200% 이상인 펀드는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인다.

DLF 사태에서 전 재산 1억원을 투자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충분한 위험감수 능력이 있는 일반 투자자가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녹취의무와 숙려 제도가 적용되는 고령 투자자 나이 기준도 기존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이밖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영업행위준칙을 마련하고,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및 금융당국의 상시감시·감독이 강화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종합 개선방안에 은행권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조치에 앞으로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한숨 소리가 늘어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예시로 든 구조화상품, 신용연계증권, 주신연계상품 등은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모펀드, 신탁형태 상품의 대부분”이라며 “사실상 은행에서 사모펀드와 신탁을 거의 다 판매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3억으로 올랐는데, 3억 이상을 포트폴리오 배분할 수 있는 고객 범위는 매우 좁다. 가입 고객이 줄면 자연히 신규유치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번 개선 방안은 전체적으로 은행의 비즈니스 영역을 크게 축소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은행에서 고난도 투자상품을 판매했던 건 자본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은행 고객들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에서 시작된 거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상품을 판매한건 데 DLF사태로 은행만 나쁘게 몰아붙이는 거 같아 착찹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고위험상품에 있어 중요한건 고객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나 여부인데, 판매 자체를 제한하는 건 시장을 위축시키는 일”이라며 “앞으로 은행은 예·적금만 팔라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종합 개선방안을 수긍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은 고위험 상품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는 게 아니고, 니즈가 있는 고객에게도 엄격히 팔게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DLF사태 이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방안과 겹치는 부분도 많아 시장에 빠르게 수용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은 앞으로 원금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것이고, 공모펀드 판매에 집중한다면 개선방안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악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소비자 보호가 한층 더 강화됐다는 점에서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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