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전속채널 목표 하향…재물보험 감소 탓
줄어든 매출 GA채널 통한 인보험 판매로 메울 전망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삼성화재가 내년부터 재물보험에서 감소할 매출을 사람보험(인보험)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당국의 사업비 개편으로 내년 4월부터 재물보험에 사업비를 이전처럼 떼지 못하는 영향이다. 수익상품인 인보험 쏠림현상에 따른 손해보험사의 재물보험 외면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내년도 장기 보장성보험 월 매출목표를 올해보다 0.8% 증가한 172억원으로 설정했다.

채널별로는 전속설계사 채널에서 전년대비 1.8% 감소, GA채널서 3.2% 증가를 내다봤다. 확정된 경영계획안은 오는 20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최종 발표된다.

전속채널의 목표 하향은 재물보험 매출의 자연 감소가 예상돼서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 발표한 사업비 개편안에 따라 보험사들은 오는 4월부터 보장성보험의 저축성격 보험료에 대해 기존보다 30% 낮춘 사업비를 받아야 한다.

장기 보장성보험은 크게 재물보험과 인보험으로 나뉜다. 이번 사업비 개편안에서 지목한 저축보험료의 사업비 감소는 주로 재물보험에 해당한다. 그간 손보사들은 재물보험에서 중도해지나 만기 시점에 환급금을 지급하기 위해 저축보험료를 받아왔다.

총 납입보험료에서 저축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만기 때 낸 보험료 수준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화재 시 1000만원 보장하고, 사고 없이 해지해도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준다’는 식의 마케팅이 활발한 이유다.

금융당국에 의하면 전체 10만원짜리 재물보험에서 정작 화재 등 위험보장을 위한 보험료는 1000원인데 나머지 9만9000원이 저축 목적의 보험료인 계약도 있었다.

그러나 재물보험의 저축보험료 사업비 축소는 곧 설계사의 판매수수료에 영향을 미친다. 예전처럼 저축보험료를 부풀려 파는 마케팅은 크게 줄어들 개연이 크다.

특히 손보사 가운데 삼성화재는 전속설계사 채널을 통해 재물보험을 가장 많이 파는 보험사다. 이에 삼성화재는 내년 전체 장기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가입자가 첫 달 내는 보험료)에서 재물보험에서만 24.0%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줄어든 매출은 독립보험대리점(GA)를 통해 만회할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GA에서만 인보험 매출을 전년대비 21.4%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0월에는 장기 인보험 보험료를 15% 낮추고, 인수기준을 완화하는 등 상품경쟁력을 높였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화재마저 재물보험을 축소할 경우 손보사들의 재물보험 외면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현대·DB·메리츠 등을 포함한 9개 손보사의 장기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7161억원으로 이 가운데 인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87.4%(6256억원)에 달했다. 10건 중 9건이 인보험 판매인 셈이다. 인보험이 손보사의 수익성에 가장 도움이 되는 상품이란 점에서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한편 금융당국의 사업비 개편으로 기존보다 재물보험의 보험료는 2~3% 낮아지고, 환급률(2차년도 이후)은 5~15%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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