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2 07:05 (토)
사람에 방점 찍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람에 방점 찍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1.0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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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치관 필요한 20세기 두 번째 10년, 리셋하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흥미 갖고 몰입하면서 즐기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난 3년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글의 중심에는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업의 본질을 다시 규정하자며 지난 2018년 ‘고객의 기쁨’을 들고 나왔다면, 올해는 사람의 범주를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모두의 기쁨’으로 확장 시켰다. 더 큰 ‘하나’로 가기 위해선 장벽이 없어야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권 수장들이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를 고르라 하면 단연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혁신과 통합, 그리고 디지털’이다. 단어들이 갖는 파급력이 크고 현재를 재단하고 있는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오늘을 규정하는 이 개념들이 시스템에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향후 10년을 좌우하기에 수장들로선 더욱 절실하게 언급하는 까닭이다.

김 회장의 신년사 및 주요한 어록에도 이 개념들은 등장한다. 그런데 그는 이 개념들을 광의에서 아우르는 더 큰 개념 속에 이들 단어를 배치시킨다. 실용적이어서 당장 필요하지만, 자칫 규범의 강조가 가져올 거부감을 거두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등장시킨 상위개념은 지난 2018년의 경우 ‘업의 본질’이었고, 지난해에는 ‘의문을 갖자’였으며 올해는 ‘리셋’이라는 단어다. 업의 본질은 20세기의 금융관을 가지고 있는 임직원 모두에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줬으며, ‘당연함에 대해 의문을 갖자’에선 현재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찾을 수 있는 시선이 생기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해 김정태 회장은 ‘리셋’론을 들고 나왔다. 21세기의 첫 10년을 보내고, 두 번째 10년을 맞이하는 경계선에서 ‘다가올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컴퓨터의 리셋 버튼처럼 우리의 가치관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21세기를 맞이하고 보냈던 첫 10년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순간순간을 변신하며 간신히 버텨냈지만,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10년은 과거의 10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모습의 미래이므로 여기에 맞는 가치관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기존 질서와 새로운 규범 및 규칙이 조화되지 않고 뒤얽히게 되면 발생할 블랙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 리셋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사례는 1500년대 동아시아의 무역질서다. 동아시아의 질서는 명과 청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고, 명나라 시절부터 모든 조세를 은으로 받는 일조편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모든 상거래의 중심은 은이었다. 이 말은 김 회장의 말처럼 은이 국제적인 기축통화였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은 효율적으로 은을 제련하는 ‘회취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리학적 질서확립에만 골몰하면서 회취법은 물론 은광까지 폐쇄한다. 상업이 번성하면 성리학의 질서도 무너진다는 생각 속에 모두가 가난해지는 하향평준화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당시 이와미 은광을 채굴하면서 동아시아의 기축통화 생산국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선진적인 제련법이 없어 생산성은 낮았고, 그것을 생산량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따라서 조선과의 상거래에서도 질이 낮은 은괴를 가지고와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조선의 회취법 기술이 일본에 전파되고, 17세기에는 세계 은생산량의 1/3(연간 150톤)을 이와미 은광에서 채굴하게 된다.

일본은 이렇게 채굴한 은을 근간으로 부를 축적하고, 서구 문물을 적극 수용하면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차례 통신사를 보내면서 일본의 변화를 목격한 조선의 관리들은 일본의 변화상을 자신의 기록에는 남겼지만, 오랑캐라는 시각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듯이 19세기 이후 우리는 불행한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김 회장은 이러한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리셋론을 설파하는 것이다. 또한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파이낸셜타임즈에서 시작한 ‘자본주의에도 리셋이 필요하다’는 캠페인까지 사례로 제시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부의 불평등 심화, 일자리 감소,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 변화 등 주주가치 극대화가 낳은 부작용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회장은 고객에서 ‘모두’의 기쁨으로 업의 본질을 확장하는 한편 공정무역 등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제대로 리셋하기 위해 논어의 한 구절을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즉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흥미를 갖고 몰입하면서 즐기다 보면 리셋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버튼은 하나금융에게만 필요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20년 우리 금융권 모두는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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