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주식 담보로 대출, 12월부터 주식 급락
담보가치, 대출금보다 낮아져 부실 우려 가시화

대구에 기반을 둔 철도차량 외관 생산업체인 대호에이엘의 주가 하락에 대구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대구은행이 대호에이엘의 주가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이 기업의 대주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2일 대호에이엘의 전체 지분 중 19.48%(528만5091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대호하이텍과 주식담보계약을 맺고 보유 지분 전량을 담보로 잡는 대신 대출을 해주었다. 대호하이텍의 대출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가하락이 지속될 경우 담보가치가 대출금보다 낮아져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대호하이텍과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할 당시 대호에이엘의 주가는 4980원이었다. 대호에이엘은 지난 2018년 남북경협 철도 사업과 관련해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1000원대에서 수직 상승한 바 있으며 지난해 9월 16일에는 6310원으로 정점을 찍은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경부터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재는 주식담보계약을 체결 당시에 비해 40% 넘게 급락한 상태에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호에이엘의 주가는 2725원으로 마감했다.

이같이 대호에이엘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개선이 잇달아 지연된 것을 지목하고 있다.

대호에이엘은 2018년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2014년 모회사인 대호차량이 자회사이던 대호하이텍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종속회사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한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과징금 등 징계조치를 받으며 주권거래 정지와 지난해 3월말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부터 거래가 재개된 후 경영 컨설팅 업체인 원데이즈인터네셔널과 최대주주 지분 거래를 추진해 왔다. 원데이즈가 구주 인수와 전환사채(CB) 취득 등을 통해 인수합병에 나선 것이다.

원데이즈는 지난해 9월 대호하이텍과 최대주주 보유주식 양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장외매수를 통해 545만591주를 취득하기로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같은 시기 302억원 규모의 대호에이엘 CB를 취득한다고 공시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으면서 주가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

대호에이엘 주가의 급락으로 대구은행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 자산의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계약 당시 263억원을 상회했던 주식 가치는 7일 기준 1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증권사 등은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비율이 110~120%로 떨어지면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고 있어 채권보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