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대면접촉 위험…은행 채용 일정 줄줄이 연기
구직자 “채용 일정 겹쳐 면접 기회 줄어들까 걱정돼”

'2019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채용공고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는 구직자들.
'2019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채용공고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는 구직자들.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은행권 채용 시장마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은행들은 통상 3월 초부터 4월 중으로 상반기 채용을 시행하지만, 임원면접·그룹 토의 등 대규모 인원의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절차상 수험생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며 채용 일정을 기약 없이 미루거나 구체적인 실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3월 초 진행이 예정됐던 2020년 상반기 신규채용의 면접 전형을 잠정 연기할 방침이다. 지난달 23일 코로나19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다.

농협은행은 당초 지난달 9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필기시험 전형도 지난달 23일로 한 차례 연기해 실시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청년 인턴모집에 차질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원서 모집은 마쳤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면접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7일 본점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본점 건물 전체를 폐쇄했으며 800여명의 본점 직원의 재택근무를 추진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초 진행된 ‘2020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 3월 초에 채용공고를 띄울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전후로 채용을 시작했던 신한·우리은행도 올해 신규직원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은행권 상반기 채용 시즌에 닥친 코로나19 악재로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구직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채용 일정이 언제 재개될지 가늠할 수 없는 데다, 올해 채용이 하반기에만 진행되면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채용 일정이 한 날에 겹쳐 여러 면접 기회를 포기하고, 한 곳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의 고용 창출 권고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신규인력 수요가 지속돼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신규채용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감염병 사태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상황이 진정되는 데로 예정됐던 채용 일정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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