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증부 대출상품에도 철회권 적용할 의무 없어

'대출계약 철회권' 주요 내용과 하나은행 '하나원큐 비상금대출' 상품 상세 페이지에 안내돼있는 대출 철회 관련 유의사항 문구.
'대출계약 철회권' 주요 내용과 하나은행 '하나원큐 비상금대출' 상품 상세 페이지에 안내돼있는 대출 철회 관련 유의사항 문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일명 비상금대출로 통하는 은행권 소액대출상품에 ‘대출계약 철회권’ 행사 가능 여부가 제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에서 판매하는 최대 300만~500만원 한도의 소액대출상품 가운데 대출계약 철회권 행사가 불가능한 곳은 카카오뱅크와 하나은행이다.

대출계약 철회권은 소비자들이 일정 규모(담보대출 2억원·신용대출 4000만원) 이하 은행 개인대출 상품을 계약한 후 14일 이내 대출 원리금 등 상환 시 위약금 없이 철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보 부족 등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대출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개인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일종의 숙려기간을 주는 것이다.

철회권이 행사되면 대출계약은 무효가 된다. 중도상환수수료(대출금의 1.5% 수준)를 내지 않아도 되고, 대출이용 기록은 삭제된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와 하나은행의 비상금대출 계약을 탈퇴하려면 대출 원리금을 전액 상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철회가 아닌 해약은 금융사·신용정보원·신용조회회사(CB) 등에 대출이용 기록이 남는다. 소비자가 대출계약 철회를 원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족 등 주변인 혹은 CB사에서 대출이용 사실을 알게 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 부담의 소지가 있다.

다만 비상금대출 상품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대출 기간 종료 전에 계약을 해약해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질적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들 은행이 비상금대출을 철회권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서울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비상금대출을 서울보증보험의 보험증권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평균 연체율이 일반 대출보다 4배 이상 높은 소액대출의 판매대금 미회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다. 서울보증보험은 협약 상 비상금대출에 대해 소비자 대출철회 신청을 받아주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경우 신용평가에 당행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이나 통신정보 등을 활용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동차대출과 같이 전(全) 은행에서 계약 철회권을 허용하지 않는 상품과 달리 같은 상품군에서 소비자 권리 행사가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괴리가 발생하면 소비자입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은행은 고객에게 상품 관련 유의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은행권에 대출계약 철회권 제도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 전 사전 도입됐으나, 의무성을 띠진 않는다”며 “지난 5일 금소법 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출계약 철회권의 법적 구속력이 곧 생길 거다. 다만 철회권 의무 적용 금융상품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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