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한국證 등 유동성 확보 필수 
중소형사는 유동화증권 차환 리스크有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코로나 사태 여파로 증권사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사가 자체 헤지한 주가연계증권(ELS) 가운데 8조원이 넘는 물량이 지난달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신용평가는 9일 개최한 금융업권 크레디트 이슈 점검 웹세미나에서 ‘시험대에 오른 대형증권사’란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신평이 파악한 증권사 자체헤지 ELS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3조 8000억원이다. 이 중 34.8%인 8조30000억원이 3월 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이 가운데 유로스탁50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타격이 컸다. 유로스탁50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는 21조4000억원으로 이 중 6조7000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유로스탁50은 지수가 2200까지 하락하면 전체 물량의 90%가 손실구간에 진입할 예정이어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자본 대비 ELS 자체헤지 잔액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큰 손실 위험이 예상된다. 해당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삼성증권(117%), 한화증권(93%), 한국투자증권(78%), KB증권(53%), 하나금융투자(47%) 순으로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신평 김영훈 수석애널리스트는 “유로스탁50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손실 우려 상황 속 이러한 낙인(Knock-in) 위험은 잔여 물량이 해소되는 시점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2분기 이후에도 실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기자본 대비 ELS 자체헤지 잔액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유동성 추가확보가 불가피하다”며 “조기상환 지연으로 인한 지속적인 헤지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신규 ELS 발행 중단으로 판매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도 증권사 유동성 부담을 가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가 유동화 및 신용공여한 유동성증권은 일반적으로 3개월 이내 차환발행하는 구조로 미매각 시 증권사가 이를 매입해야 해서다. 

한신평은 올해 2분기 중 만기도래하는 유동화증권(ABCP, ABCTB) 잔액이 약 29조원으로 파악했다.

중소형 증권사들 중 자기자본 대비 차환물량이 많은 곳은 주의가 필요하다. 대형사의 경우 보유 유동성으로 전략적 흡수가 가능하나, 중소형사는 흡수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기등급이 A2+ 이하인 증권사의 보증상품은 시장소화가 어려울 수 있다”며 “2분기 중 증권사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킬 잠재적인 위험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신평은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고위험 익스포져 확대도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현재 대형증권사 대부분이 자기자본 대비 300% 내외의 고위험 익스포져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425%), 한국투자증권(332%), NH투자증권(330%), 삼성증권(313%), 신한금융투자(304%) 등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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