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미국 사법당국과의 8600만달러(약 1049억원) 규모 벌금 합의로 이란제제 위반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사옥 전경.
IBK기업은행이 미국 사법당국과의 8600만달러(약 1049억원) 규모 벌금 합의로 이란제제 위반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사옥 전경.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IBK기업은행은 21일 미국의 이란제재 관련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미국 사법당국과 8600만달러(약 1049억원)의 벌금으로 합의하고 한·이란 원화 경상 거래 결제업무 조사를 종결지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10년 이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icott)’을 발효했다.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과 미국 기업이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 조항이다.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이 15%에 달하는 한국은 예외국으로 적용돼 한국-이란 간 무역 상품(원유, 전자제품 등)은 국경을 오갈 수 있어도 거래대금은 한국 내 개설된 이란 측 원화 계좌에 쌓일 뿐, 한국 밖으로 송금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는 조건으로 ‘이란 원화결제 시스템’이 새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국내 페이퍼컴퍼니 ‘앤코래’가 지난 2011년 2~7월 두바이 대리석을 판매하는 중계무역 형식을 가장해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CBI) 명의 국내 계좌로 이란 측 자금 1조948억원을 수령하고 아들 명의 미국 회사 등 여러 군데로 나눠 송금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란 측 자금이 불법적으로 미국 등지로 반출된 것이다.

한국 검찰은 지난 2013년 앤코래 대표 정 모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기업은행에 대해 정 모씨와 범행을 공모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단순 업무 과실로 판단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미국 연방검찰과 금융당국의 입장은 달랐다. 테러국과 연관된 자금세탁 문제는 사소한 부분도 놓쳐선 안 되는 민감한 영역이라고 판단했으며, 기업은행에 대한 수사를 지속해왔다.

지난 20일(미국 현지기준) 미국 연방검찰과 뉴욕주금융청은 기업은행에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미비 등을 사유로 벌금을 처분했으며 자금중계를 했던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대한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벌금은 총 8600만달러로 기업은행은 미국 연방검찰에 5100만달러를, 뉴욕주금융청에는 3500만달러는 각각 납부하게 된다. 기소유예 기간은 2년이다.

사건 종결로 기업은행은 이란제제 위반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벌금 규모도 예상보단 적게 책정됐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미국 사법당국은 유사한 사건으로 다른 나라를 천문학적 벌금으로 처벌한 전례가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이 이란과의 1900억달러 거래와 관련한 경제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7월 미국 정부에 약 '9조원'이라는 벌금을 문 사례다.
기업은행은 이미 적립해둔 충당금 범위 내에서 제재금을 낼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이란제재 법률 위반 소지와 관련 미국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쌓아왔다. 충당금 규모는 미국 검찰과 당국의 제재와 벌금 수위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국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 점을 수용하여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개선,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는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 관련 법령 준수는 물론 국내외 관계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자금세탁방지 등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