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데이터로 기존 신용평가모델 한계점 보완
씬파일러 사각지대 조명…금리 양극화 해소 기대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 대출상담 창구 모습.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당행 거래실적이 많은 고객 중심의 신용대출 영업을 하던 은행들이 신용평가 체계를 다양화하고 나섰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7일 ‘씬파일러(Thin Filer)’를 대상으로 은행 방문이나 서류 제출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최저 연 3.4% 금리로 2000만원까지 실행 가능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씬파일러는 ‘서류가 얇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신용을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농협은행은 이번 상품에 지난해부터 개발해온 신(新)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도입했다. 통신사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한 체계로 신용·소득이 낮아도 상환 능력이 있는 이를 골라낼 수 있어 씬파일러에 대한 대출 문턱을 한 층 낮출 수 있게 됐다.

BNK부산은행도 지난 22일 KT와 신용등급 사각지대 고객을 위한 금융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부산은행은 이번 MOU를 통해 KT 통신요금 납부 정보를 활용, 당행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대출 이용에 어려움을 겪던 고객들에게 승인 거절자 재승인, 금리 인하, 한도 상향 등 대출을 유연하게 실행할 방침이다.

이밖에 다른 은행들도 CSS 고도화를 위한 비금융 데이터 공유 제휴처 물색에 한창이다. 올해 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로 비금융 데이터 전문신용정보업 강화가 수월해졌다는 점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전통적인 은행의 대출심사는 신용평가사(CB사)들이 고객의 금융거래 내역을 수집해 점수·등급을 매긴 자료를 넘겨받아 내부거래 이력이 반영된 CSS에 입력하고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 금리 등을 결정한다.

이런 체계로 자영업자, 주부, 청년 등 금융 거래 이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적절한 신용등급을 받기 힘들었다. 적당한 금리의 대출을 받으면 성실히 갚을 능력과 의지가 충분하더라도 은행들은 내부등급을 기반으로 하는 CSS로 이들의 신용을 판단하지 못해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은행 CSS의 미비점은 최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추진한 긴급대출 판매 과정에서도 여실히 보여졌다.

금융당국은 긴급대출과 관련 1~3등급의 고신용자는 시중은행을 통해 신청할 것을 공고했다. 그러나 개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CB사 신용등급과 은행 내부등급이 달라 높은 신용도를 가진 소상공인도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당국은 뒤늦게 CB사 1~3등급 소상공인에는 은행 CSS와 상관없이 대출을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는 기존의 CSS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 살피기 어려웠던 씬파일러 사각지대를 밝히는 보완 도구 역할을 한다”며 “비금융 데이터를 CSS에 어떻게 녹여내는가가 향후 금리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대출 리스크를 낮추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