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장기·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주문
시장변동성 확대 따른 채권투자 위축은 변수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장기·고정금리 대출 공급확대 주문에 발맞추기 위해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은행별 커버드본드 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은 올해 커버드본드 발행금액 한도로 각각 5000억원을 신청했다. 금융채 필수발행 금액이 신고 금액의 80% 수준이라는 점에서 두 은행은 올해 최소 4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원화 커버드본드 관련 기초자산집합 평가총액을 기존 3조5375억8201만8113원에서 7조5067억3930만149원으로 상향 변경 등록했다. 기초자산집합은 커버드본드의 원리금 상환을 담보하는 자산으로, 평가총액을 늘린다는 건 커버드본드 추가 발행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장기·저금리 재원을 확보해 장기·고정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만기 5년 이상) 채권으로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 등 다른 자금조달 수단 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 은행들은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조달해 취급한 고정금리 주담대 실적에 따라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에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을 기존 48%에서 올해 말까지 50%로 높일 것을 권고한 점도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부추겼다.

국민은행은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등록신청서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만기 도래 채무를 저리의 조달자금으로 변제하고, 장기·고정금리 조달비중을 높여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감독기관이 제시한 수준으로 유지하려 한다”며 발행목적을 밝혔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역시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 변경등록신청서에서 국민은행과 같은 취지의 발행목적을 언급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 채권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졌다는 점은 은행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 이행의 변수가 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Sh수협은행도 올해 각각 3000억, 2조 규모의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세웠으나 투자자풀이 예상보다 좁아졌다는 판단하에 잠시 중단하고 변동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장기 글로벌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현 저금리 국면은 장기물 채권에 대한 금리 리스크를 낮춘다는 점에서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재촉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의 커버드본드 발행에서 확인된 투자 수요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 상황에서도 꾸준했다”며 “발행 계획 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만큼 시의적절한 시기에 커버드본드 발행을 성공하고, 안정적인 투자 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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