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큰 금고 예치금 “수익 발생 힘든 구조”
금감원, 은행 금고운용 수익 부풀리기에 경고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운영 위탁사업 계약 이행을 위한 출연금으로 매년 수십억원대의 금액을 지출하면서도 수익 창출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방행정 집행기관 금고협력사업비 명목의 은행권 출연금 지급 합계액은 1693억4900만원에 이른다.

신한은행이 1045억64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출연금을 지급했으며 우리은행 295억1000만원, NH농협은행 138억5500만원, DGB대구은행 82억5000만원, KB국민은행 70억2500만원, 하나은행 34억1500만원, 부산은행 16억3000만원, 경남은행 1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의 이익제공공시는 최근 5개 사업연도 중 제공된 재산상 이익이 10억원을 초과했거나 또최초 공시이후 추가 제공한 이익의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경우가 대상이다.

기준에 미달해 공시되지 않은 금액까지 더하면 은행들의 지자체 출연금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운용 위탁사업에 거금의 출연금까지 내며 목매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금고를 맡으면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의 저원가성 예수금을 유치할 수 있고, 해당 기관 직원을 고객으로 확보해 상품 판매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운용으로 출연금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내긴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엔 세수가 들어와도 짧게는 7일, 길어도 한 달이면 빠져나간다”며 “은행들은 금고 유치가 예수금 확보를 위한 영업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유동성이 큰 자금을 재원으로 장기운용하긴 힘들다. 수익이 발생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무릅쓰고 금고운영권을 따내는 이유는 성사 여부에 따라 은행 임원들의 성과 포트폴리오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대형기관 유치만큼 대내외적으로 실적을 과시하기 좋은 수단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한 거액 출연금 지급 논란을 피하고자 금고운용 위탁사업 예상수익을 객관적 입증이 어려운 브랜드 가치 향상과 홍보 효과 등으로 부풀려 보고해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은행의 지자체 출연금에 대한 자산가치 평가방식 변경과 기존 출연금에 대한 가치 재평가를 권고했고, 신한은행은 이를 수용해 지난해 4분기 실적 집계에서 1500억원 규모의 지자체 금고 관련 무형자산 감액을 실시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유치 목적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만 있지 않고 산하기관 영업, 잠재고객 확보 등 다양한 효과를 동반한다”며 “금고 자체 수익 규모를 별도로 분리해 산출할수 없으나 미래 성장동력으로써 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당국의 거액의 출연금 지급 자제 주문과 경기침체, 저금리 기조로 수익률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앞으로 은행 간 과도한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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