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3 09:25 (목)
[응답하라, 우리술 164] 눈으로 먼저 즐기고 입으로 마시는 ‘씨막걸리'
[응답하라, 우리술 164] 눈으로 먼저 즐기고 입으로 마시는 ‘씨막걸리'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7.27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잔혹극’같은 컨설턴트 털고, 우리 술에 천착한 최영은 대표
강남에 도심형 술도가 내고, 부재료로 맛과 향내는 술 양조
씨막걸리의 특징은 쌀과 물, 누룩 외에 부재료를 넣어 향과 색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들은 레몬그라스, 당근, 주니퍼베리, 건포도, 케일 등을 넣어 색을 만들면서 부재료가 지닌 향을 술에 입혔다. 사진은 명동의 전통주 버틀숍 ‘술술상점’에서 찍은 씨막걸리 3형제. (왼쪽부터) 씨옐로우, 시그니처큐베, 씨그린 등이다.
씨막걸리의 특징은 쌀과 물, 누룩 외에 부재료를 넣어 향과 색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들은 레몬그라스, 당근, 주니퍼베리, 건포도, 케일 등을 넣어 색을 만들면서 부재료가 지닌 향을 술에 입혔다. 사진은 충무로의 전통주 버틀숍 ‘술술상점’에서 찍은 씨막걸리 3형제. (왼쪽부터) 씨옐로우, 시그니처큐베, 씨그린 등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술이 지닌 한 단면이라면, 전통과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도 술만이 갖는 특징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즐기는 술에는 상상력으로 만들어 전통에서 비켜 가는 술도 제법 만들어진다. 우리 술의 새로운 모습도 그렇게 상상력의 연장선에서 빚어지곤 한다.

우리 술 막걸리는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 빚는다. 그런데 여기에 독특한 부재료로 술의 색은 물론 맛과 향까지 젊은 색깔을 입힌 술이 등장했다.

무지갯빛이 연상될 만큼 색채는 화려하고 향과 맛도 남다르다. 그런데 술맛의 베이스는 어딜 봐도 막걸리다. 물론 전통의 입장에서 이 술은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새로운 술을 만들고자 하는 젊은 양조자에게 이 술은 다양한 시도 속에서 탄생한 우리 술의 또 다른 변신일 뿐이다.

서울 강남의 구룡산 인근에 자리 잡은 도심형 양조장 ‘씨(C)막걸리’. 이름부터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있다. 그런데 술맛은 유럽의 다양한 맥주와 와인의 특성을 최대한 담으려 한 듯하다. 양조자의 유학 시절, 자신이 즐겼던 술의 특징들을 우리 술에 접목한 것이다.

이런 술이 가능했던 것은 이 술을 빚는 최영은 대표의 이력 덕분이다. 우선 벨기에서의 경영대학원 시절과 현지에서의 결혼생활은 그에게 다양한 벨기에 맥주와 프랑스 및 이탈리아 와인 등을 폭넓게 접할 기회가 됐다. 술에 대한 미각과 음식과의 페어링도 이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술에 대한 최 대표의 이력만 그런 것은 아니다. MBA를 마친 최 대표는 글로벌 금융회사인 JP모건의 계열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고, 싱가포르에 와서는 이 일을 그만두고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을 공부하게 된다.

‘씨막걸리’의 다양성은 그가 걸어온 다채로운 경험, 특히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최 대표는 천상 양조자인가보다. 쌀을 씻고 고두밥을 짓고 술밥을 치대는 일들은 웬만한 남자들도 힘들다고 고개를 내젓기 일쑤인데, 최 대표는 즐겁게 그 일을 즐기고 있다.

쌀과 누룩과 물로 빚는 순곡주를 변형시켜 부재료로 자신만의 술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 둔 레시피만 5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술에 대한 그의 도전이 거침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싶다.

최 대표가 양조업을 염두에 두고 막걸리에 천착한 것은 지난해 초. 서울 명동에 소재한 우리 술 교육기관인 ‘막걸리학교’에서 전문 양조 교육을 받고, 올해 초에는 서울 북촌의 ‘삼해소주공방’에서 증류주도 체험한다.

물론 양조에 뛰어들기 이전부터 막걸리는 최 대표의 인생 좌표에 한 부분이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을 하면서 ‘잔혹극’ 같은 일상에 지쳐 있을 때 그에게 버틸 힘을 준 것은 그가 빚은 막걸리였다고 한다.

최영은 씨막걸리 대표는 벨기에에서 유학 생활과 결혼을 하면서 다양한 유럽의 와인과 맥주를 접했다고 한다. ‘잔혹극’같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컨설턴트 일을 마치고 우리술에 천착해 올해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색깔있는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양조하고 있는 최 대표 (사진 : 씨막걸리)
최영은 씨막걸리 대표는 벨기에에서 유학 생활과 결혼을 하면서 다양한 유럽의 와인과 맥주를 접했다고 한다. ‘잔혹극’같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컨설턴트 일을 마치고 우리술에 천착해 올해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색깔있는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양조하고 있는 최 대표 (사진 : 씨막걸리)

특히 자신이 빚는 술 속에서 그는 술이라는 유형의 콘텐츠를 완성하는 재미를 느꼈고, 주변과 나누면서 무형의 콘텐츠가 채워지는 즐거움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막걸리에 탐닉한 삶은 결국 그를 서울 도심에 양조장을 내도록 한다. 그리고 이 술도가의 모토는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그만의 술을 내는 양조장’이다.

“맛있는 순곡주는 차고도 넘칩니다. 똑같이 만들어선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간 막걸리를 승부처로 본 것입니다.” 80년생 최영은 대표가 말하는 막걸리관이다.

이런 그의 시도 속에 첫선을 보인 술은 세 종류다. 그중 사철 연중으로 생산할 막걸리는 씨막걸리의 대표 막걸리인 ‘시그니처 큐베’.

이 술은 순곡주의 특징을 지니지만 주니퍼베리와 건포도 등으로 독특한 풍미를 입혔다. 물론 과하지 않다. 범벅 밑술로 이양주를 한 이 술은 산미와 감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막걸리의 질감을 빼고 말한다면 와인과 비슷한 맛의 구성이다.

이와 함께 출시한 술은 ‘씨옐로우’와 ‘씨그린’. 노란색이 짙게 밴 ‘씨엘로우’는 당근과 레몬그라스가 첨가됐다. 이 술도가의 술 중 가장 드라이한 편에 속한다.

산미도 잘 느껴지지 않는 이 술의 주인공은 당근의 부드러운 맛과 질감. 같이 발표된 ‘씨그린’은 케일과 개똥쑥이 들어가 있다. 최 대표 자신도 가장 호불호가 갈릴 술이라고 말하지만, 맛은 건강하다. 쌉쌀한 맛 때문에 최 대표는 단맛을 충분히 끌어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시즌별로 두어 종의 술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 레드비트와 꾸지뽕잎을 넣은 ‘씨레드’와 블루베리와 라벤더를 넣은 ‘씨퍼플’ 등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이면 양조장을 개방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생각이 그의 다채로운 술맛만큼 활짝 피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