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내건 책임경영 의지에 주가 상승 화답
평가차익도 쏠쏠…손태승 9%, 김정태 41%↑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책임경영을 외치며 자사주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시장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며 주머니까지 두둑하게 채웠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만 2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 1월 6일 5000주 매입을 시작으로 3월 6일 5000주, 4월 10일 5000주, 8월 10일 5000주를 추가로 매입해 손 회장은 현재 총 8만3127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우리금융지주 발행주식 총수의 0.01%에 해당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두 번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 2월 2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4월에도 5668주를 사들여 총 6만5668주의 자사주를 취득하게 됐다. 발행주식 총수의 0.02% 수준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매입은 수익성 회복을 위한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시장에 표명, 지나치게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된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은행 계열 금융지주 주가는 큰 폭락을 맞았다. 지난 3월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약 0.2배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시절 0.28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0.37배보다도 낮은 수치다.

당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하락폭은 더욱 두터웠다.

이에 시장 신뢰 회복과 주가 부양이 절실했던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회장은 앞장서 지갑을 열었고, 지원금 제도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자사주매입을 독려했다.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자사주 보유량이 꾸준히 늘자 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연중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3월 20일 6320원에서 손 회장의 올해 4번째 자사주매입이 이뤄졌던 지난 10일 이후로 9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3만8000원대에서 지난 3월 1만8000원대로 반토막 났던 하나금융지주 주가 역시 지난 4월 김 회장의 자사주매입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며 3만3000원대까지 회복했다.

폭락장에서 자사주매입 베팅을 걸었던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가 상승으로 평가차익까지 쏠쏠히 얻게 됐다.

손 회장이 보유한 8만3127주의 취득 단가는 8430원으로, 총 7억76만원이 투입됐다. 지난 12일 우리금융지주의 종가는 9240원으로 손 회장의 자사주 가치는 7억6809만원으로 올라 9.60%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김 회장의 6만5668주의 자사주 취득 단가는 2만2550원이다. 전날 기준 하나금융지주 종가는 3만1900원으로, 김 회장은 41.4%(6억1399만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지난 2018년 3월과 지난해 3월로 각각 자사주매입을 멈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같은 날 기준으로 1억3140만원(24.4%), 9315만원(9.9%)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수장들의 자사주매입은 수익성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으로 국내외 투자자와의 대면 IR(기업설명회)이 힘든 상황에서 자사주매입은 시장의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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