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급격히 늘어 240조 돌파
경영난 심화된 중소기업 자금수요 몰려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국내 은행의 기술금융(기술신용대출) 실적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업 운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을 말한다. 기술신용대출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액이 작은 창업기업이나, 자본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이 취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40조2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월(181조9740억원) 대비 32% 증가한 수준으로, 전월 대비로는 2%(6조3304억원) 가까이 늘었다.

특수은행 중에서는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전년동월(71조1735억원)보다 2조원 넘게 증가한 73조3727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농협은행이 9조5843억원(△90.6%)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4조6508억원(△14.5%), 378(▽6.8%)억원을 취급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이 지난 6월 기준 전년동월보다 49% 오른 36조2524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31조8340억원(△30.8%), 우리은행 31조3698억원(△30.8%), 하나은행 28조555억원(△29.8%), 씨티은행 1조1491억원(△67.8%), SC제일은행 676억원(▽54%) 순이다.

기술신용대출 증가세는 올해 3월부터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이후 기술신용대출은 매달 4~5조원 증가해왔는데, 지난 3월에는 전월 대비 8조5000억원 이상 늘면서 증가폭이 커졌다.

기술신용대출 급증은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줬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은행권에는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의 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 정부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76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은행들은 대출을 문의한 기업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기술신용대출을 받도록 유도했다. 통상 기술신용대출은 일반 기업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대출 한도는 높아 중소기업에도 유리하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운영자금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대출을 문의한 중소기업 중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기술신용대출을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기술신용대출 증가도 최근 지속되고 있는 기업대출 증가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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