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8 18:55 (월)
[기고] 옵티머스 사태, 관련 기관 책임감만 있었어도
[기고] 옵티머스 사태, 관련 기관 책임감만 있었어도
  • 강신애 기자
  • 승인 2020.09.07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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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시대 수준의 충실함과 용하기의 엄격함 본받아야
차앤권 법률사무소 차상진 변호사
차앤권 법률사무소 차상진 변호사

<대한금융신문> 회계사에게 중세 르네상스는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피렌체, 베네치아, 제노바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금융이 발달했지만, 오늘날의 기준에서 금융업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라비아숫자’의 보급과 ‘복식부기’의 탄생이다. 아라비아숫자의 보급은 ‘0’을 발견하도록 함과 동시에, 사칙연산을 쉽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복식부기는 차변과 대변의 합이 같아서 자금의 유·출입과 오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르네상스시대의 장부는 실수가 많았으며 ‘정확한 자산의 파악과 이에 대한 회계적 인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당시 메디치 은행의 어느 한 지점장이 본사에 보낸 편지에 ‘하느님,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우리를 지켜주소서’라고 기재했다는 점에서 애타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확한 자산의 파악과 이에 대한 회계적 인식’을 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는데, 전라남도 지역에서 ‘용하기’라는 ‘계’는 한국의 고유 복식부기법에 따라 300년 넘게 그 장부를 기록해왔다고 한다.

용하기는 임시장부를 작성할 때에도 담당자 외 감시자가 있었으며, 장부를 계원들이 읽고 회계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완성된 장부를 다시 감시하는 자가 있는 곳에서 확인하는 등 엄격한 절차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펀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자산의 파악과 이에 대한 회계적 인식’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목적은 결국 경제적인 목적이고, 투자된 자금을 회수할 때에는 펀드 포트폴리오에 담긴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회계적으로 인식해 분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21세기의 펀드는 구조가 복잡하고, 투자자는 수동적으로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 15세기의 복식부기와 아라비아숫자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펀드의 자산은 수탁기관을 지정해 신탁을 맡기도록 하고 있으며, 펀드의 기준가를 매일 정산하도록 하는 등 ‘정확한 자산의 파악과 이에 대한 회계적 인식’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판매회사를 두어 판매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펀드와 관련된 기관들이 각자 역할을 나눠 ‘적절한 판매’, ‘정확한 자산의 파악' 및 '이에 대한 회계적 인식’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옵티머스 펀드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의 투자대상자산이라고 설명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는 상태에서 자금을 모았으며, 서류 위조 등을 통해 다른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한 것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같은 과정에서 펀드 운영과 관련된 기관들은 이를 적시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옵티머스 펀드사태를 주도적으로 일으킨 사람들은 조사 후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이미 금융소비자의 자금은 다른 곳에 소진해버린 상태에서 결국은 누군가가 피해를 부담해야 한다. 가장 책임이 무겁지만 자금이 없는 옵티머스를 제외하면, 판매사와 수탁은행, 일반사무관리회사,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옵티머스가 남기고 간 손해의 부담 문제가 남았다.

손해의 부담은 이미 발생한 손해를 누구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한지를 기준으로 산정돼야 하며 ‘귀책성’을 중심으로 판단돼야 한다.

최소한 이 사건에서 금융소비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나 자료를 신뢰하고 자신의 자금을 투자한 것 뿐 잘못을 했다고 볼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

투자판단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금융소비자에게 투자판단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투자판단과 투자행위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금융소비자는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실제의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알지도 못할뿐더러 아무런 투자판단이나 투자행위를 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융소비자들은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인에게 손해가 귀속되는 입장에서 불리함을 안고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판매과정에서 작성된 자료로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을 선임한다 해도 법무법인에게는 조사권한이 없으므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게다가 각 판매과정은 투자자마다 차이가 있어 판매과정의 이슈는 공동소송으로 다루기 적절한지도 의문이 있다.

현실적으로 법무법인의 인력 구조상 하나의 법무법인이 수백명의 투자자의 사건을 수임해 대리할 경우 각 투자자당 1페이지를 기재하는 것조차 버거울 가능성이 높다.

결국 투자자들이 자료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부분인 판매과정은 실제 소송에서 세밀하게 다루어지기 어렵다.

이후 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책임 없음을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 주장하면서도 정작 투자자들이 소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서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하면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금융소비자가 투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는 르네상스시대 ‘메디치 은행 지점장’ 수준의 충실함과, 조선시대 ‘용하기’ 수준의 엄격함만 있었어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신속한 금융소비자의 피해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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