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대신 매달 산정한 기준·가산금리 반영
증권사별 금리 산정기준 매달 공시해 경쟁 유도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에 금융당국이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제동에 나섰다.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더 투명하게 바꾸고, 대출금리도 매달 공개하기로 해 대출금리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 금리 산정 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매수대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대출금리에 매달 산정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반영하는게 골자다.

그간 주식담보대출금리는 △조달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를 모두 더해 산출됐는데, 이 중 조달금리는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선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주식담보대출금리 산출에 조달금리 대신 기준금리가 사용된다. 기준금리는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금리 또는 코리보(KORIBOR·은행 간 단기기준금리) 등 지표금리다. 기준금리와 증권사별 실제 조달비용 간 차이는 은행처럼 ‘리스크 프리미엄’을 신설해 반영한다. 

가산금리 산정시에는 자본비용, 업무 원가, 목표이익률 등 구성 항목별로 매달 재산정한 수치를 반영한다.

이번 개선안은 증권사 대출 지표인 신용공여 잔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증권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마련됐다. 

증권사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신용거래융자자금과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예탁증권담보대출금 등으로 나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의하면 지난달 28일 기준 증권사 신용공여 잔고는 34조2841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대출은 각각 16조6478억원, 17조6363억원이었다.

지난 3월 코로나 확산 우려에 증시가 바닥을 치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상승 기대감에 주식투자를 늘렸고 이에 신용공여 잔액이 3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신용공여 잔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증권사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것과 상반된다. 

일부 주요 증권사의 90일 초과 기준 신용융자 금리는 연 9% 수준에 달하기도 한다. 증권사들의 자체 금리 산정 과정에서 가산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결과다. 

현행 증권사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통제된 기준 없이 증권사 자율에 맡기다 보니 조달금리는 1~2%대에 불과한데도 5%이상의 가산금리를 붙여 고금리를 받고 있다. 현행 기준은 금감원과 금투협이 만든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으로 해당 규준에는 증권사가 이자율 산정시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이자율을 산정하라고만 쓰여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금리 변화도 증권사 대출금리에 적시 반영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부분 증권사는 대출금리를 연 1∼2회 부정기적으로 재산정해 시장금리 변화가 적시에 반영되지 않아 왔다”며 “이번 규정 개정으로 합리적 기준에 따라 시장 상황이 적시에 반영된 대출금리를 운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출금리 공시 개선을 통해 증권사간 대출금리 비교가능성을 높여 증권사 간 경쟁을 유도하고 차주의 선택권을 확대토록 하겠다”며 “이미 일부 증권사가 평균 1%포인트가량의 인하 계획을 세우는 등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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