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이너스 통장 오아시스로 부상
규제 사각지대 버프…형평성 논란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케이뱅크가 은행권에 불어닥친 신용대출 규제 대란 속에서 틈새 영업을 지속하며 외형성장을 꾀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2조71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조1060억원, 10월 2조2900억원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 급증은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한도 축소·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 배경이 됐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자 가계대출 총량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강화 등 강력한 규제로 은행권에 대출 속도 조절을 압박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산업 태동기에 대한 정책적 배려로 기존 금융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장을 불러 모아 진행한 신용대출 규제 관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출 한도 축소·금리 인상에도 불구 잡히지 않는 대출 증가세에 시중은행들이 ‘신규 신용대출 취급 중단’ 카드까지 꺼내면서 케이뱅크의 어부지리는 지속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마이너스 통장 포함해 2000만원을 넘는 신용대출의 취급을, 신한은행은 비대면 전용 상품을 포함한 모든 신용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주력 상품인 비대면 마이너스 통장 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다.

지방은행까지 신용대출 조이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DGB대구은행과 전북은행은 간편대출, 주택담보대출,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 등 주요 비대면 대출 취급을 멈췄다. 부산은행은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4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4억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여기에 카카오뱅크까지 지난 17일부터 이달 31일까지 15일간 마이너스 통장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은 출범하지 3년여밖에 되지 않은 신생은행이라는 이유로 대출 규제 압박을 덜 받아왔지만,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리스크 관리업무 등과 관련해 ‘경영유의’를 통보받은 것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게 된 계기가 됐다.

이에 케이뱅크는 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까지, 은행권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뚫을 수 있는 오아시스로 부상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올해 상반기 4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 최근에야 영업을 재개해 올해 금감원 검사를 피했다. 대출 속도 조절 역시 여신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신용대출 금리를 소폭 올리는 선에서 그쳤다.

케이뱅크의 이날 기준 마이너스 통장 최저금리는 2.90%다. 은행권 대출 속도조절 분위기에 맞춰 지난달보다 신용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지만, 대출 문을 닫기 전인 시중은행의 평균 금리와 비교해 여전히 경쟁력 있는 금리다. 최대 한도 역시 1억5000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긴 개점휴업 공백기를 거쳐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케이뱅크는 여신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타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현 상황은 케이뱅크에 있어 고객을 유치하는 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는 다른 은행에서 연말까지 걸어 잠근 마이너스 통장뿐만 아니라 문턱을 높인 아파트담보대출에서도 낮은 금리를 무기로 독주하고 있다”며 “규제 사각지대에서 도약을 꾀하는 모습에 은행권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를 꼬집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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