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잔액, 열흘 새 79조 ‘급증’ 600조 돌파

4대 은행 대출별 잔액 현황.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바젤Ⅲ 도입에 따라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 비중을 과반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11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잔액(603조9398억원)이 600억원을 돌파하면서 가계대출잔액(545조2122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잔액은 지난해 말(524조8377억원)과 견줘 약 열흘 새 15.1%(79조1021억원) 급증했다. 이 기간 가계대출잔액 증가율은 0.26%(1조3905억원)에 그쳤다.

4대 은행 모두 기업대출잔액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은행별로는 이 기간 기업대출잔액 증가액이 가계대출잔액보다 많게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확연한 이유는 주요 은행들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바젤Ⅲ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난해 9월 조기 실행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바젤Ⅲ를 도입함에 따라 의무적으로 신규 대출 중 기업대출 비중을 과반수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지난 2010년 대형 은행의 자본 확충 기준을 강화해 위기 시에도 대응할 여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고안한 규제다.

바젤Ⅲ 하에서는 기업대출 위험자산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85%로 조정해 가계대출(100%)보다 낮다. 때문에 건전성지표인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주요 은행의 지난해 3분기 자기자본비율은 1년 전보다 2~3%포인트 올랐다.

특히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가계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취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올 연초, 예년과 달리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긴급 영상 회의를 열고 대출 현황 및 월별 목표치 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올해 처음으로 기업대출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바젤Ⅲ를 도입하면서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졌지만, 신규 기업대출 비중을 57%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억눌렀던 가계대출이 연초에 또다시 급증하면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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