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트랜드 변화로 충성·미래잠재 고객 확보 기대↓
내방객만 늘리는 귀찮은 상품…“시장 2배는 커져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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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연간 3조원에 이르는 아동수당 시장이 은행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한때 은행들은 치열한 아동수당 수급 계좌 유치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마케팅 효과에 이젠 시큰둥한 반응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아동수당법’에 따라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가구의 소득과 관계없이 매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아동의 기본적 권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아동을 보호·양육하는 부모 등 보호자나 보호자의 대리인이 신청한 계좌로 수당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평년 국내 영유아 인구수는 약 300만명으로, 아동수당 규모는 연간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아동수당 제도 도입 직후 은행들은 수급 계좌 유치에 몰두했다. 연간 190조 규모로 굴러가는 퇴직연금 등에 비하면 미미한 시장 규모지만, 충성 고객 유지와 미래 고객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누릴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부모들 대다수가 한 번 아동수당 수급 계좌를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데다, 아동들이 성장하면 생애 첫 거래로 익숙해진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지난 2019년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만 6세 미만에서 만 7세 미만으로 확대된 당시 은행들은 고가의 경품을 내건 이벤트부터 연계 상품에 최대 1%포인트 우대금리 및 현금 1만원 즉시 입금, 육아용품 바우처 제공 등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현재, 은행권의 아동수당 관련 마케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행 계좌에 아동수당 수령 실적이 있을 시 0.1%포인트 수준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한 두 개 적금상품을 제외하곤 가입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벤트들이 쏙 사라졌다.

과거와 달리 부모들의 아동수당 관리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생애 첫 거래로 시작되던 주거래 은행의 의미역시 희미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투자 가치가 기대보다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오픈뱅킹,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인해 요즘 세대들의 주거래은행 선택 기준과 폭은 넓고 다양해졌다. 이젠 부모가 만들어준 계좌를 익숙하다는 이유로 성인이 돼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적다”며 “더이상 부모와의 관계를 통한 미래 잠재고객 확보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녀를 위해 아동수당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투자 등으로 불려 물려준다는 트랜드도 확산, 계좌로 수당이 입금되자마자 증시로 빠져나가는 일이 늘어 예수금 확보 효과도 적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동수당 수급 계좌를 지점 내방객만 늘리는 귀찮은 업무로 취급하는 시선도 나온다. 부모들은 아동수당 수급 계좌를 자녀 명의로 대신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제출해야 하는 증빙서류가 많아 신청을 위해선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1년여 전만 해도 지점별 실적 할당이 있을 정도로 아동수당 수급 계좌 유치경쟁이 치열했는데, 시대 변화로 이젠 단물이 다 빠진 시장이 됐다”며 “지금보다 수당 규모가 최소 2배는 커져야 마케팅 효과를 다시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아동수당 수급 규모를 대폭 키워야 한다는 제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현행 만 7세에서 만 18세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현 될 경우 국내 아동수당 규모는 연간 6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서의 아동수당 확대 방안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 해당 자료집에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 만 13세 미만으로 확대, 아동수당 15만 원으로 인상, 영아수당(0~1세) 조기 신설, 다자녀수당(셋째 이상 추가 급여)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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