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원 펫핀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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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 소액단기보험업에 대한 사전수요조사에서 5~6개의 업체가 ’반려동물보험(일명 펫보험)‘을 신청했다고 전해진다. 앞으로 제도의 방향과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2~3개 업체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소액단기보험업 종목으로 펫보험을 선택한 업체들을 보면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은행이나 생명보험사 계열의 ‘A그룹’, 보험의 판매를 주로 담당했던 독립법인대리점(GA)이나 보험사출신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설립하는 ‘B그룹’,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나 빅테크 등 보험의 제조나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반려동물 분야의 경험과 확보된 고객을 기반으로 보험시장진출을 노리는 ‘C그룹’이다.

먼저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의 분리(제판분리)’의 개념으로 보면 A그룹은 ‘제조’에, B그룹은 ‘판매’에 가까운 경력을 가지고 있다. A그룹은 경우 과거에는 손해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겠으나 △자금이 과도하게 필요한 점 △인수과정이 지난(持難)한 점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과의 조직문화 차이로 인한 ‘화학적 결합’ 불가로 발생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점 등으로 인해 소액단기보험사(자본금 20억원)를 발판삼아 시장에서 경험을 축적해가며 종합손해보험사(자본금 300억원)로 가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B그룹은 전통적으로 보험의 ‘판매’에 전문화되어 있는 조직이 ‘제조’분야로 진출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판매’에 있어서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대면’ 채널을 통한 ‘장기인보험’에 집중되어 있기에 경험이 거의 없던 ‘비대면’, ‘일반손해보험’으로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위 A그룹과 동일하다. 조직내 ‘대면’채널에서 요구하는 ‘미끼상품’을 적기에 공급해 ‘메인상품’의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제판결합’적 시너지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본다.

C그룹의 특성은 보험업에 깊이있는 경험은 없지만 밸류체인(Value Chain) 안에 어느정도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보험업으로의 사업확대를 노리는 스타트업이다. A그룹이나 B그룹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은 기존회원들의 ‘충성도’와 밸류체인의 ‘견고함’에 달려 있는 반면, 반려동물 식별기술과의 접목은 효과가 미비할 것이다. 펫보험의 저변확대가 목적이 아닌 후속투자 유치와 엑시트(Exit)가 목적이라면 사업진행에 조급함이 반영되어 오히려 독이될 수도 있다.

펫보험은 2000년에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에서 출시한 ‘애완동물지킴이보험’을 시작으로 2017년 중반까지 전체 펫보험가입 건수가 3000건이 되지 않을 만큼 지지부진했다.

펫보험시장의 첫 번째 변곡점은 2018년 하반기에 메리츠화재에서 출시한 ‘펫퍼민트’였다. 최초의 3년월납 장기보험, 슬개골탈구 보상, 동물등록없이 사진 2장으로 갱신시 20세까지 가입이 된다는 것은 분명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과거 18년간 "수가제와 동물식별 없이 펫보험활성화는 안돼"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펫보험은 최근에는 계약건수가 2만2000건을 넘었다지만 전체 가입율 기준으로는 0.25%도 되지 않는 시장이기에 외국의 현황과 비교해보면 성장성과 잠재력이 충분한 매력적인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아직 문화적 성숙도가 부족하고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태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지는 미지수이기에 소액단기보험사 제도는 맹견보험 의무가입 다음으로 3번째 변곡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허니문효과’를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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